'국내 최초' 홈경기 합숙 폐지 이후 FC서울 선수들은?
2013-07-29 18:30:22 2013-07-29 18:33:43
◇(왼쪽부터) 수비수 김진규, 최용수 감독, 공격수 데얀. (사진제공=FC서울)
[구리=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축구선수도 한 사람의 인격이기 때문에 선수라고 해서 24시간을 함께 있어야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축구 FC서울은 지난 5월부터 서울 홈경기 전날의 합숙을 없앴다. 다수의 구단이 선수의 컨디션 관리와 집중력 상승을 목적으로 홈경기 전날 합숙을 실시하는 게 일반적인 상황에서 서울의 선택은 파격적 결정이란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공교롭게 합숙을 폐지한 후에 홈에서 5연승(리그 3승·FA컵 2승)을 하면서 좋은 모습을 나타냈다. 호성적이 우연치곤 눈에 띈다.
 
FC서울은 29일 오후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제주유나이티드와 오는 31일 오후 치를 경기에 대해 각오를 듣는 자리를 취재진을 대상으로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최근 화제가 된 홈경기 합숙 폐지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거론됐다.
 
합숙 문화를 바꾸고 상승세를 탄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최용수 감독은 "결과론적으로 프로 선수로서 질놓은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자기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프로'라는 것은 결국 자기가 하는 만큼 대접을 받는 존재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축구선수도) 사회성 등 견문을 넓혀야하고, 자기자신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경험을 쌓아야 한다. 자율-책임 등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도록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선수도 축구선수 이전에 한 사람의 인격이다. 때문에 프로 선수라고 해서 24시간을 함께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FC서울의 주전 공격수인 데얀은 "1주일의 절반 이상을 호텔에서 보내며 가족들과 떨어진 것은 쉽지 않다. 주말에 합숙을 하지 않는 것은 컨디션 조절에 도움된다"며 "지금까지 함께 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믿고 있다. (한국에 와서)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좀 신선하게 느껴지고 이런 것들을 좋은 결과로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합숙을 하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FC서울의 저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합숙을 폐지한 이후로 어떠한 생활을 보내게 됐을까? 전반적으론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기혼과 미혼을 가리지 않는 듯 했다.
 
데얀은 "가족이 한국에 없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잘 먹고 잘 쉬는 게 주가 되고 있다"면서도 "호텔에 가지 않는다는 것 자체로도 많은 부담이 줄은 것 같다. 같은 사람과 같은 일정을 계속 보내곤 했다. 그래서 행동에도 불편함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호텔에 가는 것에서 집으로 가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생활에)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김진규는 "선수들은 (홈경기 합숙 폐지 결정에 대해) 깜짝 놀랐다. 그런 팀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이지만 좋은 결과가 나와서 좋다" "혼자 살고 있다. 그래서 집에서 밥도 챙겨먹게 된다"며 웃으며 답변을 시작했다. 이어 "잠도 (전보다) 더욱 편히 잘 수 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선수들은 혼자 있을 수 있어 좋다"고 답했다.
 
한편 FC서울은 합숙 폐지로 인해 구단운영 비용 절감의 효과도 얻었다. 전날 숙박비와 식비 등으로 쓰던 비용인 800여 만원을 아끼게 된 것이다.
 
FC서울은 합숙을 폐지할 당시 "프로 선수들에게 프로다운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것이 홈경기 전날 합숙의 폐지 이유다. 프로 선수들인 만큼 다양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그에 따른 책임감도 함께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프로구단 중 FC서울이 제일 먼저 꺼내든 '홈경기 전날 합숙 폐지' 카드가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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