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유럽연합(EU)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역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다.
유럽 경제가 7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성장률을 이어가는 가운데 그나마 경기 회복을 주도하던 독일마저 자동차 판매가 감소를 경험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유로존 부채 위기가 불거지면서 독일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고 내수시장과 수출 또한 위축된 상태라 유럽 경제가 올 안에 회복되기 어려운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獨, 투자신뢰 뚝·수출 위축..EU 경기회복 '지연'
16일(현지시간) 독일의 민간 경제연구소 ZEW가 발표하는 7월 경기예측지수가 36.3을 기록했다.
이는 전달의 38.5와 시장 예상치 39.4 모두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ZEW의 경기예측지수는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향후 6개월 동안의 경기전망을 조사한 것이다.
포르투갈과 그리스 등 남유럽국 부채 위기감이 재부각되면서 독일에 대한 투자신뢰도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클레멘스 푸에스트 ZEW 소장은 "유로존 위기감이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며 "독일의 수출 상대국인 중국과 유로존 밖의 부정적인 소식들도 악재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독일 경제의 악재가 유럽 경기 회복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바스찬 작스 메츨러뱅크 전문가는 "암울한 ZEW지표는 유로존 경기회복에 좋지 않은 신호"라며 "독일 경제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기 충분했다"고 말했다.
유로존 수출이 부진한 점도 유럽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유럽연합 통계청인 유로스타트는 계절 조정을 감안한 유로존 5월 수출이 전달보다 2.3%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감소폭은 지난 201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키프로스 수출이 은행 시스템 위기감에 10.6% 하락한 가운데 독일의 감소세도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독일이 그동안 유럽 내 수요 부족분을 중국 시장에서 만회했으나 중국 또한 경기둔화를 경험하면서 수출량이 9%나 줄었다고 진단했다.
수출이 유럽 경기회복에 필수라는 점에서 독일을 비롯한 주요국의 수출 감소세는 유럽 경기회복에 치명적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로존 경제가 살아나려면 수출 증가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필립 가딘 바클레이스은행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이 줄어드는 것은 유로존 경제회복에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바클레이스 은행은 "유로존 수출이 점진적으로 나아진다면 유로존 경제는 2분기부터 조금씩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내수 위축·실업률 기록 갱신 기세..자동차 시장도 '위축'
EU 내수 시장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날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는 6월 유럽 지역 신규 자동차 등록 대수가 전년 동기보다 6.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6월 기록으로는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올 상반기와 지난해 상반기를비교해 보면 무려 6.7%나 줄어들었다.
역내 회원국만을 대상으로 집계하면 자동차 신규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보다 5.6% 감소했고, 상반기 전체적으로는 전년 대비 6.6% 줄었다.
◇EU 자동차 판매 증감표 <자료제공=ACEA>
자동차 부문에서도 독일은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놨다. 영국에서 신규차 등록 대수가 13% 증가하는 동안 독일은 4.6%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내수가 위축되자 자동차 구매 수요도 한풀 꺾였다고 분석하면서 한동안 자동차 시장에 침체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사차 고멜 코메르츠뱅크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시장 성장세는 여전히 미약하다"며 "가까운 미래에 살아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카를로스 다 실바 IHS 애널리스트는 "어느 지표를 봐도 대부분의 제조업이 매우 취약한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자동차 경기가 바닥에 와있지만, 내년까지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제조업 성장세가 둔화되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유로존 실업률이 또 한 번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유로존에서 실업률이 내년에도 계속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OECD는 이날 연례 고용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 5월 역대최고치인 12.1%를 기록한 유로존 실업률이 내년 말에는 12.3%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경제 위기의 사회적 상처가 치유되려면 아직 멀었다"며 "많은 OECD 회원국들은 당분간 높은 실업률로 고통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U 내수·수출·실업 문제 삼중고..성장률 하향 조정
유럽이 부진한 내수와 수출, 실업률 증가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소식에 전문가들은 암울한 경기전망을 내놨다.
안드레아스 쇼이어레 데카뱅크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양책이 경기 회복에 도움을 주겠지만 올 남은 한 해 동안의 유럽 경제전망은 매우 회의적"이라고 진단했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WEO Update) 보고서를 통해 올해 유로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마이너스 (-)0.4%에서 (-)0.6%로 하향 조정했고 내년에 가서야 0.9%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로 긍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독일 경제가 우려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현재의 경기 여건에 대한 판단을 나타내는 ZEW 경기예측지수가 전월보다 2포인트 높아진 10.6을 기록해 지난달의 8.6과 전문가 예상치인 9.0을 넘어섰다는 것.
율리 워트버그 헬라바 애널리스트는 "독일 경제에 긍정적인 요소가 남아있다"며 "현재 독일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경기평가지수는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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