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들의 배낭여행, '꽃보다 할배'가 기대되는 이유
2013-06-28 17:33:37 2013-06-28 17:36:27
(사진제공=CJ E&M)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평균연령 76세 할아버지들이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각종 드라마에서 묵직한 연기를 펼친 배우 이순재(80), 신구(78), 박근형(74), 백일섭(69)에 젊은 짐꾼으로 합류한 이서진이 프랑스부터 스위스까지 10일간의 여행을 체험했다. 
 
KBS2 '1박2일' 국민예능PD로 명성을 날린 나영석 PD가 CJ E&M(130960)으로 넘어와 처음으로 기획한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제작발표회가 28일 서울 논현동 파티오나인에서 열렸다.
 
약 100여명의 취재진이 모이는 등 취재열기가 뜨거웠던 현장에서 하이라이트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4명의 할아버지의 평소 모습과 함께 짐꾼으로 생고생을 했다는 이서진의 활약상도 담겨 있었다. 할아버지들의 순박하면서도 재치있는 입담과 모습, 이서진의 진실되게 힘들어하는 표정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스타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배우 할아버지들의 배낭여행이 이토록 관심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제공=CJ E&M)
나영석 PD의 첫 작품
 
KBS에서 CJ E&M으로 이직한 지 약 2년만에 나영석 PD가 첫 작품을 내놓았다. 그 이름은 '꽃보다 할배'로 가장 친한 벗으로 반 평생을 살아온 할어버지 네 명이 처음으로 떠나는 우정 여행 이야기다.
 
나 PD는 "배낭여행이라는 청춘들의 전유물을 인생에 경험이 많은 분들이 다녀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낭여행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낭만이겠지만, 이분들께는 모험기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고 재밌을 거라는 느낌이 있었다"고 밝혔다.
 
'1박2일'에서 강호동을 비롯한 멤버들에게 고생거리를 안겼던 나 PD는 할아버지들을 상대로 어떤 그림을 그려냈을까.
 
나 PD는 "보통 예능이나 리얼리티는 가혹한 상황에 멤버들을 넣고 그 반응을 보는 건데, 이 분들에게 여행 자체가 모험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틀만 만들고 이 분들이 헤쳐나가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기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외의 모습이나 짠한 장면, 감동도 많았던 것 같다. 50년 이상된 친구들은 어떻게 여행을 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시청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꽃보다 할배'는 방송 전부터 대중의 관심이 높았다. 티저 방송이 나올 때마다 높은 조회수와 이슈를 낳았다. 나 PD에게는 이러한 관심이 고마우면서도, 부담감으로 작용됐을 수 있다.
 
나 PD는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다"라면서 "제가 이분들을 괜히 예능에 모셔서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작품활동에 방해가 될 지 않을까 하는게 가장 큰 부담이고 걱정이다"고 말했다.
 
나 PD는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든 다 부담스럽다. 그 부담이 또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기도 한다. 지금은 많이 덜하다. 현재 1부 편집이 끝난 상태고, 시사를 했는데 정말 재밌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사진제공=CJ E&M)
할아버지들의 배낭여행
 
턱시도를 매끈하게 차려입은 네 명의 할아버지들은 시종일관 즐거운 모습이었다.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수다를 떠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친근함이 묻어났다.
 
또 영상에서도 할아버지들은 막역한 친구들처럼 편하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다. 할아버지들의 농담 한 마디 한 마디에 현장은 웃음으로 퍼졌다.
 
맏형 이순재는 "열흘을 걷다보니 와서 4~5일 동안은 힘들었다. 팬티바람에 자고있는 모습도 나오고 일거수 일투족을 다 찍었다"며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들이 비춰질 것이다. 물랑루즈 나이트클럽도 가보고, 프랑스와 스위스의 문물을 많이 보고 느끼고 왔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열흘 동안 마음대로 웃고 지껄이고 왔다. 어떻게 비춰질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백일섭은 "내가 성인이 되서 결혼을 한 뒤 10일동안 집을 비운 게 처음이다. 여행 초반에는 누가 기다리지도 않는 집에 오고 싶어서 힘들었다"며 "6일째가 되고 어느덧 돌아간다고 하더라. 나도 속으로는 여행을 좋아하는구나라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사진제공=CJ E&M)
젊은 짐꾼 이서진의 맹활약
 
이날 제작진은 영상을 통해 이서진의 캐스팅 비화를 공개했다. 나 PD는 이서진과 캐스팅 미팅 때 "걸그룹들과 여행을 가는 거다"라고 속였고, 이서진은 이를 철썩같이 믿었다. 이서진은 "소녀시대 써니 제일 좋아하는데" "현아는 정말 귀여울 것 같아" 등의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그리고 이서진이 인천공항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순재를 포함한 네명의 할아버지들이었다. 제작진이 공개한 사진 속 이서진의 표정은 '유체이탈'이라는 느낌을 안겼다. 뭔가 정신이 빠진 듯 보였다.
 
이에 대해 이서진은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져서 당황했다. 비행기 내려서까지 실감이 안났다. 유럽에 자주 가본 적도 없고, 선생님들을 잘 모셔야겠다는 긴장감에 여행 자체가 기억이 잘 안난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선생님들과의 여행은 저의 할아버지나 아버지와 여행하는 기분이었을 것 같다.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안 계시지만, 계셔서 여행을 같이 갔다면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한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들의 짐꾼 역할로서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는 이서진에 대해 백일섭은 "비방송용으로 정말 뭐 나게 고생을 많이 했다"며 껄껄 웃었고, 나 PD는 "여행을 다녀와서 굉장히 서먹한 사이가 됐다. 이서진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왜 하필 이서진이었을까라는 궁금증도 높았다.
 
나 PD는 이서진을 섭외한 이유에 대해 "이순재 선생님 매니저랑 얘기를 하는데 MBC '이산'에서 이서진이 이순재 선생님을 방송 끝날 때까지 극진히 모셨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더라"며 "얘기를 듣고 이서진이 어르신을 모시는 자세가 된 사람이라고 생각해 섭외했다. 다만 짓궂은 장난을 한 점은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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