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미국 배낭여행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 A씨는 25일 서울역 환전센터를 찾았다. 최근 달러 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환전 타이밍을 고민하던 중 마침 서울역 환전센터에서 환율을 90%까지 우대해 준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방문한 터였다. 점심시간 전이었지만 환전센터는 이미 대기 중인 고객들로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 그래도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 1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20만원을 달러로 바꿨다. 대기 시간이 길어 힘들었지만 환율을 90%나 우대 받았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기로 했다.
A씨는 정말 수수료를 대폭 줄인 것일까. 은행권 관계자들은 "소액 환전의 경우 환율 우대 비율은 큰 차이가 없는 만큼 평소 이용하던 은행 지점을 방문하거나 인터넷 환전을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잇달아 '환율우대'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고객들은 환전금액, 화폐종류 등 일정 조건에 따라 적게는 10%부터 최대 90%까지 환율을 우대받을 수 있다.
환율우대란 쉽게 말해 은행이 고객에게 받는 수수료를 깎아주는 것이다. 100만원을 미국 달러로 환전할 경우 은행이 받는 수수료는 1만7000원에서 2만원 수준이다.
은행들은 각 국의 화폐를 '매매기준율(환율)'에 따라 외환시장에서 사들여 온다. 이 때 은행은 화폐 운송비, 포장비, 보관비 및 보험가입비 등 고객에게 환전해주기까지 부대비용이 발생한다. 은행들은 이 비용에 일정 수준의 마진을 붙여 고객에게 되판다. 이 때문에 고시된 환율보다 고객이 외화를 살 때 값이 더 높은 것이다.
환율우대를 많이 받을수록 고객은 매매기준율 즉 은행이 외화를 사 온 '원가'에 가깝게 환전할 수 있다. 하지만 환전 금액이 많지 않으면 우대율 간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미국 달러의 매매기준율이 1151원, 살 때 환율이 1171원일 경우 70%의 환율우대를 받는다면 우대금액은 1171원에서 1151원을 뺀 20원의 70%, 즉 14원이다. 따라서 고객이 최종 적용받는 환율은 살 때 환율 1171원에서 14원을 뺀 1157원이 된다.
100만원을 미국 달러로 환전할 경우 우대율이 적용되지 않으면 854달러를 받지만 70%를 우대받을 경우 1157원으로 환전해 864달러를 받을 수 있다. 똑같이 100만원을 환전해도 환율우대로 10달러를 더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조건에서 90%의 환율우대를 받는다면 100만원으로 867달러를 받을 수 있다. 우대비율은 20%나 차이가 나지만 실제 환전시 차이는 3달러에 불과하다.
이같은 차이는 환전금액이 적을 수록 심하다.
A씨처럼 20만원을 미 달러로 환전할 경우 70%의 환율우대 적용시 172.8달러를 받는 반면 90%의 우대율을 적용받으면 173.4달러를 받을 수 있다. 1달러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모든 고객이 은행들이 제시한 최고 우대율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환율우대율이 높을수록 마진이 줄어들기 때문에 모든 고객에게 최대 우대율을 적용하지는 않는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대환율 90%를 제공할 경우 은행 수익은 사실상 마이너스"라며 "고객 기여도 등 은행들이 정한 기준에 따라 우대환율을 달리 적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경제적인 환전을 위해서는 환율우대 비율을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은행들이 제공하는 부대서비스 중 자신에게 적합한 환전 이벤트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은행들은 현재 여행자보험 무료가입, 경품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 은행별 환전우대 서비스]
(자료 : 각 은행)
또 환전센터를 직접 방문해 환전할 경우 은행 영업시간이 아닐 경우 환율을 우대받지 못 할 수도 있다.
우리은행 서울역 도심공항 환전센터 관계자는 "서울역 환전센터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되지만 은행영업 이외의 시간에 방문하면 환율우대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각 은행 홈페이지의 환전코너를 통한 사이버 환전을 이용하거나 스마트폰에서 환전 앱을 다운받아 이용할 경우 시간도 아끼고 우대환율도 챙길 수 있다.
특히 주요 화폐를 제외한 기타 외화의 우대율은 대부분 50% 이하로 그나마도 원화는 외화를 찾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환전하기 전 미리 지점에 연락해 보는 것도 헛걸음을 막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주요 화폐를 포함해 평균 18개 통화의 환전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외환은행은 주요 통화는 물론 터키, 헝가리, 폴란드 화폐 등 40여개 외화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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