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 발언에 대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부적절한 발언이며 자칫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일(현지시간) 폴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 후 기자회견은 낙관적인 경기전망을 근거로 연준의 태도가 긴축을 지지하는 매파로 기울어졌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는 그 동안 중앙은행들이 해왔던 역사적인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기회를 놓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게 크루그먼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미국 경제는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실업률보다 고용률을 보면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고용률, 16세 이상 미국 성인 가운데 일자리를 가진 이들의 비중은 58.6%를 기록했다. 이는 1983년 이후 3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자료제공=미국 노동부, FRED
미국의 고용률은 2008년 경제위기 직후 60% 아래로 떨어져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실업률이 점진적으로 하락하면서 고용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긴 했지만 실상 고용 여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크루그먼 교수는 “고용여건이 정상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이 필요한데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연준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며 벤 버냉키의 발언이 적절치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어 “연준은 이런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도 꾸준히 지속해온 낙관적인 경기전망의 연장선에 불과하다”며 “미국 경제는 여전히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연준이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크루그먼 교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책임해질 것을 약속하라”고 주장했다.
즉,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고 경제가 회복되고 인플레이션이 올라가기 전까지는 긴축에 나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FOMC가 하고 있는 것은 파티가 시작하기도 전에 펀치볼을 걷어차버리는 전통적인 중앙은행의 역할(실수)를 하려고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번 FOMC회의에서 (긴축을 지지하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며 “잘못된 인식을 스스로 강화시켜버리는 오류에 빠질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염려가 부질없을 정도로 실물 경제가 회복되기를 바란다”면서도 “그렇지 않을 경우 연준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신뢰가 추락하고 많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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