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 업계, 가동률 90%대 회복..흑자전환은 '아직'
가동률 조절 덕에 재고소진..반등 더딘 판가는 아쉬움
2013-06-20 17:24:38 2013-06-20 17:46:19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국내 태양광 업체들의 가동률이 90%대로 올라서며 모처럼 숨통을 틔우고 있다. 공급과잉에 견디다 못한 업체들이 지난해 연말 가동률을 대폭 낮추면서 재고소진에 나선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기업은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유럽지역 대신 급성장 중인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려 공급 확대를 꾀한 덕도 봤다.
 
전문가들은 돌발 변수가 터지지 않는다면 3분기에도 태양광 업체들의 회복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판가상승이 뒷받침되고 있지 않은 만큼 적자폭을 줄이는 데 만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20일 한화케미칼에 따르면 자회사인 한화솔라원의 2분기 모듈 출하량은 330~350메가와트(MW) 규모로 추산된다. 지난 1분기 289MW를 출하해 올해 상반기에만 총 630MW 규모의 공급이 이뤄졌다. 지난해 총 출하량이 829MW인 점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물량의 76%를 소화한 셈이다.
 
모듈 출하량 증가는 자연히 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2분기 가동률은 90%대로 지난해 4분기 50~60%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회복을 이끈 원동력은 일본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다. 한화솔라원은 일본 종합상사 마루베니에 오는 2016년까지 500MW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고, 남아공에도 올 8월까지 155MW 규모의 물량을 납품해야 한다.
 
세계 최대 수요처인 유럽 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수요가 급성장하는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 가동률 상승과 출하량 증가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잉곳·웨이퍼 업체들 역시 지난해 연말 바닥을 친 뒤 고효율 제품 중심으로 풀 가동에 돌입했다.
 
업계 1위인 넥솔론은 고효율 제품 생산 설비 가동률이 지난 1분기 69%에서 올 2분기 전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웅진에너지 역시 지난 1분기 가동률이 50%대를 겨우 유지했으나 이달 들어 풀가동으로 전환했다.
 
셀·모듈 생산업체들도 가동률이 상승하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은 구체적인 가동률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지난해 연말와 비교하면 가동률이 다소 상승했다고 전했다.
 
신성솔라에너지도 올해 들어 서서히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현재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오는 7월부터는 중국 르네솔라에서 수주한 103MW 규모의 셀 공급이 본격화 되면 90%대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밸류체인(가치사슬)별로 시차가 있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업체들이 지난해 연말 바닥을 찍고, 올해부터 서서히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올 2분기에 가동률 상승에 따른 흑자전환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가동률 상승과 함께 판가상승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동률 상승에 맞춰 판가가 함께 올라와줘야 하는데, 시장 가격은 큰 폭의 반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업체들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와 3분기도 적자폭을 줄이는 데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태양광 패널(사진=뉴스토마토)
 
업계에서는 가동률 상승의 한 가장 큰 요인으로 공급과잉 해소를 꼽는다.
 
태양광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 공급과잉을 견디다 못해 가동률을 절반 이하로 낮추며 재고소진에 열을 올렸다. 모든 업체들이 밑지는 상황에서 무작정 업황 회복과 판가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에 따라 수급조절에 나선 것이다.
 
시장 다변화 전략도 가동률 상승에 한몫했다.
 
일본과 미국, 중국 등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려 최근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는 유럽 시장의 의존도를 대폭 줄인 것이 주효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신흥시장이 비유럽 지역을 얼마나 상쇄했는지 여부가 가동률을 판가름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업체들의 실적 회복 추세가 오는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내외 경기침체와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발전설치 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태양광발전산업협회(EPIA)에 따르면, 태양광 설치규모는 지난 2010년 17기가와트(GW,) 2011년 30GW, 2012년 31GW인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올해 역시 유럽연합(EU)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이 극한으로만 치닫지 않는다면 35GW 내외의 성장은 무난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다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태양광 업체들은 3분기에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유럽을 제외한 신흥시장에서 얼마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지가 실적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실적 회복 추세가 지속될지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한병화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시장 전체가 개선 국면으로 돌아섰고, 특히 일본 시장이 급성장세"라면서 "다만 아직 업계 내 구조조정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데다 EU와 중국의 반덤핑 무역 분쟁도 진행형이어서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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