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2008년 12월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외통위)의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 과정에서 당시 박진 위원장이 사전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회의장 출입을 막은 것은 위법하고 이를 도와 회의장 출입을 저지한 국회 경위들의 행위 또한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국회 외통위 회의장으로 야당 의원들을 들여보내기 위해 국회경위들과 몸싸움을 벌인 혐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기소된 민주당 총무국 차장 손모씨(29)와 부국장 박모씨(42)에 대한 상고심에서 공무집행방해죄의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이 혐의 부분에 대한 무죄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외통위 위원장이 당시 회의장 출입구를 폐쇄하고 다른 정당 소속 외통위 위원들의 회의장 출입을 막은 행위는 상임위 위원장의 질서유지권 행사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조치"라며 "국회 경위가 회의장 출입을 막은 것 역시 외통위 위원장의 회의장 출입 봉쇄 등의 위법한 조치를 보조한 행위에 지나지 않으므로 위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당직자인 피고인들이 민주당 소속 외통위 위원들을 회의장으로 들여보내기 위해 국회 경위들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그들의 옷을 잡아당기는 등의 행위를 했더라도 이런 행위는 적법성이 결여된 직무집행 행위를 하는 공무원에 대항한 것으로 공무집행이 적법함을 전제로 하는 공무집행방해죄에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럼에도 이와 달리 국회 경위의 행위를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보고 피고인들에게 공무집행방해죄의 유죄를 인정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손씨 등이 출입문을 해머로 부수고 들어가 안쪽에 바리케이드로 쌓여있던 책상과 탁자 등 집기를 부순 행위 등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공용물건손상죄의 유죄를 인정하고, 특히 소화전을 이용해 회의장에 물을 뿌린 손씨에게는 국회회의장소동죄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박진 당시 외통위 위원장은 2008년 12월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단독으로 강행하기 위해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고, 회의장으로 진입하려는 야당의원들을 국회경위와 한나라당 당직자들로 하여금 저지하게 했다.
이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실력을 행사해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해머로 출입문을 부수고 국회경위 들과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이후 문학진, 이정희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손씨 등 민주당 당직자 6명이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문 의원과 이 의원에게는 각각 벌금 200만원과 벌금 50만원, 민주당 당직자들에게는 벌금 300만~600만원을 각각 선고하면서 손씨와 박씨에게는 공무집행방해죄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벌금 500만원씩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손씨와 박씨에 대해 공무집행방해죄 역시 유죄로 인정하면서 벌금 600만원씩을 각각 선고했으며, 이에 손씨 등이 상고 했다.
◇대법원(사진=뉴스토마토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