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법 및 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前국정원장(사진=최현진기자)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14일 불구속 기소까지 수차례 고발을 당했으나, 검찰이 원 전 원장에 적용한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 둘 뿐이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비방과 직권남용, 명예훼손, 업무방해, 업무상 횡령혐의로 여러 차례 고발당했지만, 검찰은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대부분 무혐의 처리했다.
◇박 시장 반값등록금 비판 문건 작성 지시 혐의로 고발
원 전 원장은 박원순 시장과 반값등록금을 비판하는 문건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30일 야당의원들로부터 고발당한 바 있다.
야당 의원들은 2011년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 공세 차단',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향' 등의 문건을 직원을 통해 제작해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원 전 원장은 야당과 야당 정치인에 대한 반대 의견을 유포한 혐의로 국정원법 9조의 정치관여 금지 혐의 등을 추가로 받게 된다.
그러나 검찰은 실제 작성 문서와 다른 문건이라는 국정원의 주장을 뒤집을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고, 문서 양식 검증 결과도 국정원 문서 여부를 단정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공소장에서 이 부분은 뺐다.
다만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력을 집중해 혐의를 입증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전교조 교사 징계와 조계사 행사 취소와 관련해 월권을 휘둘렀다는 고발 내용도 무혐의 처분했다.
원 전 원장이 2011년 2월18일 부서장 회의에서 지부장들에게 해당 교육청을 통해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중징계토록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징계 참고자료 요청시 협조해 주라는 의미라고 부인하고 있고, 지부장도 같은 취지로 진술서를 제출했으며 당시 교과부와 행안부에서 교사·공무원 정당가입 사건에 대해 중징계 방침을 밝힌 상태라 직권남용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또 촛불집회 주도 단체가 4대강 사업 반대 등 행사를 추진하자 국정원 직원을 통해 조계사측으로 하여금 이 행사를 취소하도록 종용한 의혹을 받았으나 검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정희 의원, 민노총, 전교조 명예훼손
원 전 원장은 지난해 대선 기간 중 이정희 통합진보당 의원의 '남쪽정부' 발언과 관련해 국정원 여직원에게 2012년 12월5일 '오늘의 유머'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관련글을 올리도록 지시한 혐의로도 고발당했다.
이 직원이 '남쪽정부' 발언을 문제삼아 "어제 토론 보면서 정말 국보법 이상의 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대통령 후보자도 대한민국을 남쪽정부라고 표현하는 지경"이란 내용의 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 의원의 남쪽정부 발언을 비판하거나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을 주장한 부분은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개진'에 불과하고, 공공의 이익에 관련된 사항으로 볼 수 있어 비방 목적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아울러 원 전 원장이 민노총과 전교조를 지목해 '전교조 등 종북좌파 단체들', '종북세력 척결과 관련, 북한보다 민노총, 전교조 등 내부의 적과 싸우는 것이 더 어렵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접수된 고발 사건도 "국정원 본연의 임무인 종북세력에 대한 대처를 강조하면서 '종북세력'을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업무방해·업무상 횡령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초청 행사에서 전교조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꾿빠이 전교조'라는 책자를 배포해 민노총과 전교조로부터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당했다.
그러나 검찰은 "원 전 원장이 회의시 발언만으로 고발인 주장의 징계 관여나 노조 탄압이 실제 있었음을 단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오늘의 유머'에서 조직적으로 다수의 아이디로 특정 글에 대한 집중적인 찬반 클릭 활동을 해 이 사이트 운영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의혹도 검찰은 무혐의로 처리했다.
심리전단 직원들의 조직적인 찬반클릭 활동이 정치관여 및 선거개입은 맞지만, 이 사이트의 평판시스템을 저해하려고 원 전 원장이 지시를 내렸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이밖에 원 전 원장은 불법으로 정치에 관여하고 선거에 개입하면서 국정원 예산을 유용했다는 업무상 횡령 혐의에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검찰은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한 것이 아니고, 불법행위에 예산을 사용하였더라도 그 자체로 횡령이 성립하지도 않는다고 봤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