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한해 증권시장 불공정거래 사건을 조사해 검찰에 고발조치·통보한 건수는 180건으로, 해마다 그 숫자가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금융당국에 의해 확인된 정치테마주 피해자는 200만명, 피해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과연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배상이 이뤄질까?
민사소송을 내도 투자자들인 원고에게 입증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기기도 힘겹다.
증권범죄 전문가들은 확실한 대응책은 '증권범죄를 피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IT술과 금융상품의 증가에 따라 그 수법이 교묘해지는 증권범죄.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구제방법을 모색하고자 증권범죄 민사소송 전문인 전영준 변호사(사진·법무법인 한누리)를 만났다.
-증권범죄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실적이 없는데도 투자를 하면 리스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태양광이나 줄기세포 등 테마주들은 근거 없는 예측이 떠돌 때가 많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증권 범죄 중에는 경영진이 악재성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사례가 많으며, 기업규모가 작고 영업실적이 악화되는 한계기업 특히, 상장폐지 대상종목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증권방송, 인터넷카페, 소셜미디어(SNS) 등을 이용해 근거없는 정보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부정거래도 발생한다. 원래 주식투자라는건 실적이 있는, 내실있는 곳에 하는 게 맞다.
내부정보를 들어 투자했는데 운이 좋아 1~2% 주가가 올라갈 수는 있다. 그러나 안정적으로 하려면 재무재표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일반투자자들은 근거없는 루머나 허위사실을 믿기 보다 기업의 재무상태, 공시, 시장상황 등을 살피는 신중한 투자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가 아니라 투기와 다를 바 없다. 투자자가 실적도 없는 곳에 전재산을 다 투자하면, 민사소송을 심리하는 법원도 '투자자 위험을 초래했다'고 보는 측면이 많다."
-증권범죄 피해를 입었을 경우, 가장 바람직한 대응책은?
"증권범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감시'가 중요하다.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불공정거래 의심사례가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금융당국에 신고하는게 바람직하다.
아는 투자자분은 '피해를 입었다'고 거래소에 신고 했는데, 나중에 자기 계좌로 100만원이 들어 왔고, 그 회사가 기소된 이후까지 합쳐 총 1000만원정도 포상금을 지급 받았다. 금융당국에 신고하는 것은 증권시장 내부의 고발자 역할로, 일반적인 파파라치랑은 다르다.
미국에서는 이런 정책을 꾸준히 올려간다. 제일 좋은건 시장의 팽팽한 긴장이다. 어차피 금감원이 다 체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 스스로 아무리 주가조작이라고 생각해도 근거가 없으면 안된다. 근거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거래소나 금감원이다. 금감원에 먼저 범죄 혐의를 신고하거나, 소송과 함께 이를 병행해야 한다.
-증권범죄 피해 민사소송, 어떻게 진행해야 효과적인가?
"증권범죄에 휘말리면, 일단 단기간에 증거를 확보해서 소송전에 돌입해야 한다. 금감원에서 '주가조작'이라고 발표했을 때 바로 소송을 하면 이긴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회사측은 법원에 제출해야 할 자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이것을 은닉하거나 변조할 수도 있다.
소송이 시작되면 먼저 회사 측에 '문서목록제출' 명령 신청을 한다. 사건과 관련해 제출해야 할 회사 측의 실적 자료 등을 미리 내라고 하는 것이다. 기한이 지나고나서 회사가 자료를 내면 그건 신빙성이 떨어진다.
한 피해자도 2005년도에 첫 소송을 냈다가 원고들 간에 다툼이 생겨서 취하하느라 타이밍을 놓쳤다. 소송을 빨리 진행해서 증거를 확보했어야 했는데 이것이 늦은 것이다. 피해자가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왔을 때 상대 회사는 이미 소송준비에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소액 투자자들 직접 소송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일단 '증권범죄'와 같은 전문 분야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본인이 직접해 이기기 힘들다. 개인이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도, 증권범죄만 전문적으로 해온 피고인측 대리인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투자자인 원고들은 기본적으로 '억울하다'는 심정이 마음에 깔려 있다. 그렇지만 법원에서 아무리 '억울하다'고만 주장 해봤자 패소한다. 판사들은 판결문에 억울하다는 말을 쓰지 않는다. 또한 원고의 지위는 기본적으로 '입증'을 해야 하니까 전문 변호사의 도움 없이는 승소하는데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다.
여러 사례가 있겠지만, 일단 금감원에서는 피고 회사에 대한 자료를 잘 주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재판에 나온 '전문가 증인' 역시 피고측 회사에서 제출하는 자료에 의존해 분석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당사자가 자신이 입은 피해와 회사측 책임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법원에서는 증권범죄에 따른 피해액 범위를 어느정도 인정하나?
"회사대표가 증권범죄에 개입된 사례가 적발된 건 2000년대 후반쯤 이다. 대표적으로는 H&T 정국교 전 의원의 사건 등이 있다.
법원은 대체적으로 투자자의 '투자경험 있는지 유무', '설명 의무 여부', '상품 위험성', '사회적 경험' 등을 평가해 손해배상 범위를 정한다. 요즘은 회사측 책임과 피해액간의 인과관계 인정 범위가 40~50%로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 법은 '책임제한', 즉 투자자도 손실을 나눠야 한다는 마인드다. 만약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면 책임제한이 아니라 계약관계를 취소하고 계약금 돌려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증권시장은 회사측 책임을 감경하곤 한다. 회사 측에 추를 하나 더 놓고 시작하는 것 같다.
'대우전자 분식회계' 사건은 소송만 8년 걸렸다. 이 사건 전에는 어떻게 손해배상을 산정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었다. 분식회계 소송은 법조문에 취득한 가격에서 처분가를 빼는게 손해라고 나온다.
그러나 주가조작은 공식이 없었다. 어떻게 손해를 배상해야할지 다퉜는데 최종적으로는, 취득 금액에서 정상주가를 빼는게 손해인 걸로 책정했다. '정국교 사건'에서는 시기별로 나눠서 손해액을 세부적으로 책정했다.
-'CNK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국가배상이 가능한가?
"원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우선 국가는 개인이 아니다. 공무원이 주가조작을 했으면 결론이 다를 수도 있다. 수사결과 발표 자료에는 김은석 전 대사가 주가가 오를걸 미리 알고 '내부자거래'를 한 혐의만 적혀 있다.
공무원이 주가조작을 했을 경우 국가배상법으로 가려면 '내가 그 보도자료를 믿고 투자했다'는걸 내가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그 작업이 쉽지 않다.
우리 판례에서는 '재무재표', '공시' 같은 건 시장에서 너무나 중요한 정보라 '투자자들이 봤다'고 추정을 한다. 그렇지만 국가가 발표한 자료를 '익히 봤을 것이다'라고 보는 판례가 없다.
그러나 국가배상법 소송에서 피해자가 국가의 보도자료를 보고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봤으리라고는 추정이 쉽지 않다. 국가가 증권시장 관련 정보를 공개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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