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급작스런 남북간 화해 기류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치 못했던 만큼 기쁨의 반응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양측의 대화 재개에 따라 공단 정상화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개성공단이 잠정 폐쇄된 지 66일만이다.
6일 북한이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열자고 전격 제의한 데 이어 우리 정부가 3시간 만에 오는 12일 서울에서 회담을 열자고 구체적 화답을 건넸다. 북한은 다음날인 7일 장관급 회담에 앞서 9일 실무급 회담을 열자고 다시 제의했고, 정부 역시 동의의 뜻을 피력했다.
개성공단 정상화의 해법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5년간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 역시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남북간 경색이 화해로 급반전하는 모양새다.
◇비대위 "재발 방지" 요구..'환영' 속 '우려' 상존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북한의 제의가 전해진 6일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비대위는 그간 수차례 정부에게 공단 출입을 요청했지만 정부 방침에 막혀 한 번도 성사되지 못해 속앓이를 하던 중이었다. 현충일 정오 즈음 북한의 대화 제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잔칫집 분위기로 변모했다.
북한의 대화 제의 소식이 전해지기 불과 12시간 전까지만 해도 경인지역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체는 서울 모처에 모여 서로를 위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갯속처럼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놓고 서로 머리를 맞댔지만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은 없었다.
하루아침에 상황이 반전된 것에 대해 관계자들은 일단 얼떨떨해하면서도 환영하고 있다. 앞유리가 안 보일 정도로 공장의 부자재와 짐들을 동여매고 개성을 출경한지 66일만에 되살아났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죽은 자식이 살아온 것 같다"고 심경을 전했다.
비대위는 7일 오후 성명서를 내고 현재 협의 중인 장관급 회담에서 개성공단 사태의 재발 방지를 중요하게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 어떠한 정치 외교적 상황에서도 이번 개성공단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경분리 원칙을 다시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남북의 비이성적 대치에 교류마저 차단돼 사업 근간이 무너지는 아픔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는 심정이다.
비대위는 이밖에도 조업 중단으로 기업과 협력업체, 양측 근로자들과 관계자들이 입은 유무형의 막대한 손실에 대한 보상대책 역시 협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상화의 조짐을 보이면서 재개에 따른 우려도 있다. 70일 가까이 가동되지 않아 철근으로 변한 기계를 다시 정상화 시켜야 하는데, 이들은 대체로 7월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바이어가 끊기는 등 생산기반이 무너진 상황에서 어떻게 영업을 재개할지 막막하다는 반응도 많다. 거래선의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밖에 원래 근무지에서 일했던 북한 근로자들이 직장으로 되돌아올 수 있느냐도 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고민거리다. 한 관계자는 "함께 일하던 근로자들이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짧게는 2~3년에서 많게는 8~9년까지 기술이 숙련된 이들이 많은데, 행여나 근로자가 바뀌게 되면 그 이후에 따를 업무적 차질을 무시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지난 66여일간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악몽 같은 세월을 보내야 했다. 정부를 압박한다고 미동도 않을 뿐더러, 남북관계 뿐 아니라 중국과 미국 등과의 국제 정세까지 얽혀있는 사안이라 일개 기업인으로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저 손놓고 긴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입주기업들의 아픔을 함께 하며, 이번 기회를 대결과 대립에서 화해와 협력으로의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 통일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개성공단은 남한의 여러 중소기업인과 북한 근로자의 생계가 걸린 문제로 남북경협과 한반도 평화의 상징과 같은 존재"라면서 "다시는 정치·군사적 요인으로 공단 운영이 중단되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경분리 원칙에 의해 공단을 운영할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살사건으로 중단돼 온 금강산 관광 문제도 이번 회담에서 논의
될 것으로 보여 현대아산도 분주해진 모습이다.
◇숨가빴던 이틀, 북 제의에 남 화답..정치에 사로잡힌 교류
6일 북한이 급작스런 당국간 회담을 제의하면서 남북 양측은 숨가쁘게 이틀을 달려왔다. 이틀의 시간은 그간 소원했던 남북 경색이 완화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앞서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6일 오전 대변인 특별담화를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회담을 갖자"며 "이산가족과 친척 상봉 문제를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제안에 정부는 세 시간만에 답을 내놨다. 이례적이었다. 오는 12일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열자고 즉각 화답에 나선 것. 북한의 제안에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시간과 장소 등 구체적인 안을 내놓은 터라, 미리 정해놓은 각본 아니었냐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정부가 신속한 결정을 내놨다는 평가를 주를 이루고 있다.
북한은 우리정부의 화답에 7일, 오는 9일 개성에서 남북 당국간 실무 접촉을 갖자고 제의해 왔다. 정부가 장관급 회담을 제의한 지 하루만에 북한이 다시 실무자 접촉을 제안해온 것이다.
조평통은 이날 "우리는 남측이 우리의 당국회담 제안을 긍정적으로 즉시 받아들인 것을 평가한다"며 "7일 14시부터 적십자 연락 통로를 가동시킬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의 상기 제안에 대한 남측의 대답을 보내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북측은 "수년 동안이나 중단되고 불신이 극도에 이른 현 조건을 고려해 남측이 제
기한 장관급 회담에 앞서 그를 위한 북남 당국 실무접촉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7일 오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북한 측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문제 등 남북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남북장관급 회담을 12일 서울에서 개최하자는 우리의 제의를 수용한 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9일 실무 접촉부터 갖자는 북한의 제의도 수용했다. 접촉장소는 판문점으로, 우리 측에서는 통일부 국장을 수석대표로 총 3명이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먼저 개성공단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언급하면서 해결의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미뤄볼 때, 개성공단은 빠른 시간 내에 정상화될 것이란 게 현재로선 주된 관측이다. 5년간 중단돼 온 금강산 관광 역시 재개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은 지난 4월3일 개성공단에 대해 통행을 제한했고, 26일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의 잔류인원을 전원 철수하는 강수를 두면서 잠정폐쇄에 이르렀다.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여지없이 관철됐다.
하지만 남북 양측 모두 실익 없이 안보에 대한 불안감만 키우면서 물밑에서는 대화 재개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부담을 더 크게 느낀 쪽은 북한임에 틀림없다. 특히 북미회담을 원하는 북한으로서는 남측과의 대화 재개가 필수 선결요건이었다.
한반도는 그렇게 또 다시 경색 국면을 털어내고 대화에 나서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파고에 춤추듯 그렇게 격랑 속에서 또 다시 불안과 안도를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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