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명은기자] KBS2 월화드라마 '상어'가 시청자들로부터 웰메이드 작품이라는 칭송을 듣고 있다. 그러나 초반 시청률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던 시나리오다.
'상어'는 '부활'과 '마왕'을 통해 호흡한 김지우 작가와 박찬홍 PD가 선보이는 복수 시리즈의 완결판에 해당한다.
앞서 방송된 두 작품은 시청률보다 작품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많은 마니아 팬들을 양산한 바 있다.
2005년 방송된 '부활'의 경우 주연배우 엄태웅이 '엄포스'란 별명을 얻었던 작품으로, 시청률 10.2%(AGB닐슨 기준)로 출발해 마지막회에서 20%를 넘겨 화제를 남겼다. 그러나 방송 내내 시청률이 높았던 것은 아니다. 평균 한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다 막판에 가서 스퍼트를 내기 시작해 정점을 찍은 것이다.
2007년 방송된 '마왕'은 엄태웅과 함께 당시 신예 스타로 주목받던 배우 주지훈과 신민아가 주연을 맡아 기대를 모았지만 역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앞서 로맨틱 코미디물인 드라마 '궁'에서 철없는 황태자 이신 역으로 뜨거운 인기를 모았던 주지훈이 '마왕'에선 악역으로 변신해 호평을 얻긴 했지만 드라마 자체가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한결 같은 데가 있다. 시청률이 부진했던 이유를 알 수 없게 만드는 완벽에 가까운 시놉시스와 스토리 전개, 배우들의 호연에 대해 대중들이 아낌 없는 찬사를 보냈다는 것이다. 방송가에서는 이를 때론 마니아 드라마로 칭하기도 한다.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지난달 27일 첫 방송한 '상어'도 시작부터 마니아 드라마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지난 4일 방송된 4회분의 시청률이 하루 전보다 0.6%포인트 상승한 7.3%(닐슨코리아 기준)를 나타내자 상승세가 점쳐지며 흥행 가능성을 밝게 하고 있지만 일부에선 전작들과 같이 좋은 평가에 비해 시청률이 낮은 드라마로 전락하지 않겠냐는 비관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상어'가 대중성을 얻기 어려운 구성을 보이고 있다는 게 어두운 전망을 낳게 한다.
복수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들이 대부분 전편에 걸쳐 미스터리한 전개를 이루게 되고, 마치 퍼즐 맞추기에 비유할 만큼 어려운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어'의 경우도 주인공 한이수(김남길 분)의 아버지 한영만(정인기 분)이 누군가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는 것은 보여줬지만 그 배경에 해당하는 사연에 대해선 아직까지 전부 풀어놓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가 과거 가양호텔그룹 창업회장인 조상국(이정길 분)과의 모종의 거래를 했고, 잘못을 뉘우치고 경찰에 자수를 하려했다는 데에서 이야기는 멈춰있다.
그 후부턴 한이수의 첫사랑 조해우(손예진 분)의 아버지 조의선(김규철 분)의 뺑소니 교통사고 혐의를 대신 뒤집어 쓰고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게 되는 이야기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어린 이수가 갖고 있던 열쇠의 번호가 22번에서 14번으로 갑자기 바뀐 사연이나 해우의 남편 오준영(하석진 분)의 집안이 조 회장 일가와는 어떤 인연으로 엮여 있는 지 등 궁금한 내용들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상어'를 첫회부터 꾸준히 봐온 시청자들은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에 깊이 빠져들어 찬사를 보내는 반면, 충성도가 높지 않은 시청자들에겐 '상어'가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드라마로 인식되기 싶다.
'상어'는 마니아 드라마에 대한 유혹으로부터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듯 보이지만 김남길과 손예진을 비롯한 주연배우들의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력과 매력적인 포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충격파가 큰 드라마로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중들의 취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법이다. 따라서 '상어'의 앞으로의 시청률 흐름이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취향을 판가름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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