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지난 8일. 15만4000볼트 전압이 흐르는 고공철탑에서 170일간 투쟁을 이어오던 한상균 쌍용차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 지회장이 농성을 풀고 지상에 내려오기로 결정했다.
이들이 그토록 외친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와 해고자 복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결국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막이 내렸다.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이날 쌍용차 조합원들의 간곡한 요청을 철탑의 두 동지가 고심 끝에 받아들여 철탑을 내려오기로 했다면서 투쟁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야 공히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쌍용차 국정조사는 결국 힘 있고 가진 자들의 이해와 농간에 무참히 짓밟아졌다며 철탑 농성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한 배경엔 정권과 정치권의 무능력함이 한몫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절규였다.
정확히 4년 전 오늘. 쌍용차는 근로자 2405명을 정리해고 하겠다며 관할 당국인 노동부에 신고했다. 비참하게도 어버이날이었다. 한 가정의 짊을 고스란히 어깨에 메고 묵묵히 산업현장에서 회사 회생을 바라며 일하던 그들에게 이는 '사망선고'와도 같았다.
자식으로써, 또 부모로써 가족과 따뜻한 저녁 한 끼 바랐지만, 이는 결국 허락되지 않는 사치였다. 자신의 실직으로 인해 앞으로 가족이 처하게 될 고통이 눈 앞에 그려졌다. 탄식과 한숨, 담배, 그리고 소주만이 위로가 되는 친구였다.
같은 처지에 놓인 동지들끼리 손을 잡았다. 기름때 묻은 장갑을 벗어 던지고 붉은 머리띠를 두른 채 30도를 웃도는 뙤약볕 아래 '정리해고 반대'를 외쳤다. 자신의 생존과 동료의 미래, 회사에 대한 애정이었다.
"쌍용차는 내 인생의 전부"라고 울부짖는 그들. 70m 공장 굴뚝에서 비바람과 외로움을 견뎠던, 5개월간 제대로 된 급여도 받지 못한 채 묵묵히 자동차 조립에 매진하며 현장을 지켜온 그들이었다. 진정한 쌍용차의 주인이었다.
그들에게 회사는 너무도 모진 선물을 안겼다. 5월8일. 어버이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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