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JTBC 방송화면 캡처)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통통한 볼살에 푸근한 미소, 편안한 목소리로 젠틀한 중년의 느낌을 풍기면서 촌철살인을 매주마다 던지는 이가 있다.
매주 목요일 방송되는 종합편성채널 JTBC '썰전'에 출연 중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이야기다.
그는 전 정권과 현 정권을 비롯해 여·야를 막론하고 쓴 소리를 내뱉거나, 상대 패널인 강용석 전 의원과 대립각을 세우다가 의견이 일치하면 엄지를 치켜드는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한편, 특유의 비아냥 어조로 상대의 말문을 막아버리기도 한다. '썰전'은 이에 힘입어 이슈메이킹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이철희의 촌철살인 때문에 '썰전'을 본다"는 시청자 의견이 다수 생길 정도다. 뒤늦은 나이에 방송에서 재능을 뽐내고 있는 그의 활약상을 정리했다.
◇'기-승-전-MB'?
'기-승-전-MB'는 어떤 주제로 대화가 시작되든 결론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일침으로 마무리를 짓는 이 소장의 화법을 일컫는 말이다.
이 소장은 틈이 보이면 이 전 대통령을 공격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심정은 지난 3월29일 방송된 2회에서 정확히 드러났다. 강 전 의원이 "이 전 대통령이 신문지상에 날 일이 거의 없을 것 같다"고 하자 이 소장은 "앞으로 날 일이 더 많을 것 같은데"라고 응수했다. 이에 강 전 의원은 "이 소장 본인 소망을 드러낸 것"이라고 대응했고, 이 소장은 "어떤 형태로든 MB를 또 보고 싶지 않다"며 이 전 대통령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이 전 대통령 임기 5년이 너무 길었다", "내가 고려대에 영포라인이다. 줄만 잘 섰으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차관과 서울 구치소에 같이 있었을 뻔", "워낙 지난 정부가 죽을 쒀나서" 등의 발언이 있다. 자매품으로는 강 전 의원의 '기-승-전-안'(안철수 의원)을 들수 있다.
(사진 = JTBC 방송화면 캡처)
◇이철희 VS. 강용석
이철희 소장과 강용석 전 의원의 거침없는 입담은 '썰전'의 시청포인트다. 두 사람의 대립각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4.24 재보선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의원이 주제가 됐던 3회에서 두 사람은 안 의원의 재보선 출마 시기와 신당창당설 등을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안 의원 출마시기에 대해 "적절한 선택"이라는 이 소장의 평가에 "이 분(안 의원)이 아직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나지 못했다. 내년 지방선거에 나왔어야 했다"라는 강 전 의원의 응수로 시작된 논쟁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말을 자르는 등 신경전을 벌이며 긴장감을 높였다. 1주일 후 방송된 4회에서 두 사람은 군 가산점제도를 두고 대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논쟁만 벌이는 것은 아니다.
의견이 일치하면 두 사람은 '화기애애 모드'로 돌입한다.
7회에서 강 전 의원은 "북한의 핵 도발로 미국, 북한, 대한민국이 모두 이득을 보고 있다"며 ▲미국은 그 동안 보여주지 못한 최첨단 전략무기를 보여준 점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장 체제를 공고히 한 점 ▲한국은 박근혜 정권은 인사청문회 등 내부 논란 거리를 잠재운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이 소장은 강 전 의원의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엑설런트. 정확한 분석이다. 부연할 것도 없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사진 = JTBC 방송화면 캡처)
◇유머1-강용석을 못 웃긴 유머
6회에서 이철희 소장은 "재밌는 얘기 해드리겠다"며 "고려대와 연세대가 응원전을 하는데 고려대가 '우린 선동렬 있다'고 하니까 연세대는 '우린 최동원 있다'고 했다. 그래서 고려대가 '우린 차범근 있다'고 하니까 연세대는 '우린 허정무 있다'고 했다. 또 고려대가 '우리는 김연아 있다'고 하니까 연세대는 '우린 MB없다'고 했다"며 활짝 웃었다.
하지만 강 전 의원은 "그게 뭐가 웃겨. 안 웃겨"라며 이 소장의 유머에 거부반응을 보였다.
◇유머2-강용석에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 유머
반면 7회에서는 유머로 강 전 의원을 흐뭇하게 했다.
이날 이 소장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화두에 오르자 "창조경제 아무도 모른다"며 "요즘 아무도 모르는 게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박근혜의 창조경제, 안철수의 새 정치, 김정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강 전 의원은 기쁜 표정과 함께 손뼉을 탁 치며 "감동이야. 감동. 재미와 감동을 다 갖춘 유머다"라며 "안철수의 새 정치를 제일 몰라"라며 '안철수 저격수'다운 마무리를 지었다.
(사진 = JTBC 방송화면 캡처)
◇이효리
이철희 소장은 2회에서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조금의 고민도 하지 않고 가수 이효리를 언급했다.
이어 김구라에게 "기회되면 소개 좀"이라고 부탁했으며, 이후 강 전 의원으로부터 '박'을 맞을 때 배경음악으로 이효리의 '텐미닛'(10minute)을 신청했다.
이후 8회에서 강 전 의원이 최화정으로부터 "배우 윤여정씨가 '썰전' 애청자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자 이 소장은 실망감을 드러내며 "이효리가 '썰전'을 보고 있냐고 좀 물어봐"라고 하는 등 이효리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그는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으로 알려진 리설주에게는 "요즘엔 안 먹히는 미녀"라고 평가했다.
◇명대사
"창조경제 크크큭 하세요" : 윤진숙 해수부장관 후보의 인사청문회 태도 관련 대화가 끝난 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화두에 올랐을 때 강 전 의원이 "창조경제는 나도 모르겠다"고 말하자. (8회 방송)
"안 좋아해요. 멍청하잖아" : 이명박 전 대통령과 미국 부시 전 대통령 간의 친분을 얘기할 때 김구라가 대뜸 "부시도 안 좋아하냐"고 묻자. (6회 방송)
"문재인 후보가 존재감이 없었다" : 최근 민주당 내에서 대선평가보고서에서 대선 패배의 책임인물 4위에 문 후보가 오른 것을 두고.(8회 방송)
◇여운혁 CP "부족한 예능감을 진정성으로 극복"
'썰전'을 총괄하는 여운혁 CP의 평가는 어떨까.
"화법이나 예능감, 끼 등 타고난 스타성은 부족해 보인다. 사실 좀 아저씨 같지 않나. 하지만 그런 부족함을 진실함과 진정성으로 극복하고 계신 것 같다. 속에 있는 얘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표현하는 것 같다. 평소에 보면 자신이 한 말은 꼭 지키려고 한다. 나이를 먹으면 작은 거 하나 다 지키기 어려운데, 늘 옳은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또 진영에 상관없이 소신껏 자신의 생각을 여지없이 피력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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