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아시아인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심지어 “어느 IT회사를 가더라도 백인이 반이면 그 나머지가 아시아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추세에 맞춰 창업 성공사례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실리콘밸리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을까. 2일 국내 최대 스타트업 기술 컨퍼런스 ‘비런치(beLAUNCH) 2013'의 ‘실리콘밸리의 공식을 무너뜨리는 아시아의 기업가들’ 세션에서 그 해답이 제시됐다.
진행은 벤처캐피탈 ‘트랜스링크’의 음재훈 대표가 맡았다. 그리고 헬스앱 ‘눔’의 정세주 대표, 인큐베이팅 업체 ‘500스타트업’의 크리스틴 채 대표, 사진앱 ‘쿨아이리스’의 수잔야 붐카 대표, 웹툰 포털 ‘타파스미디어’의 김창원 대표 등 아시아계 창업자들이 나와 서로 경험을 공유했다. 다음은 이슈별 대담 내용.
-실리콘밸리, 왜 갔나?
▲정세주 대표(이하 정 대표) : 사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미국에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하지만 제대로 큰 사업을 해보고 싶었죠. 실리콘밸리에는 모든 게 다 있어요. 인재, 자금, 파트너사, 인프라 등.. 정말 다 좋았죠.
▲수잔야 붐카 대표(이하 붐카 대표) :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열정이 있어요. 인식이나 사고도 뭔가 다르죠. 아직 시도되지 않았던 것을 해보고, 다른 사람들의 성공을 보면서 배 아프기도 하고.. 여러 모로 재미있는 곳입니다.
▲크리스틴 채 대표(이하 채 대표) : 실리콘밸리는 IT기업인을 끌어들이는 자석입니다. 마치 영화산업에서 헐리우드가 갖는 의미와 비슷하죠. 스타트업 기업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것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꿈을 키웁니다.
-실리콘밸리, 꼭 가야 하나?
▲김창원 대표(이하 김 대표) : 글로벌시장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굳이 갈 필요는 없어요. 한국의 10대 도시와 미국의 10대 도시를 비교하면 소비력이 비슷합니다. 즉 자신이 도시거주자 대상의 서비스를 구상한다면 현 시장을 장악하는 데 역점을 둬도 충분하다고 봐요. 대신 글로벌로 간다면 빨리 진출해서 빨리 망해보는 게 중요하죠.
▲채 대표 : 저도 동의해요. 만약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면 실리콘밸리에 오는 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즉 자신이 어떤 기업을 만드느냐에 달린 문제라는 것이죠.
-진출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 조언을 준다면?
▲정 대표 : 올 생각이 있다면 아예 처음부터 사업을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하는 게 좋아요. 한국에서 기업을 만든 상태에서 온다면 불편한 점이 많아요. 기업문화나 인맥이 한국에 묶여있기 때문에 적응도 어렵고, 정체성이 애매해집니다.
▲붐카 대표 : (조금 생각이 다른데) 저는 제품이 완성된 상태에서 와야 한다고 봅니다. 환상을 주고 싶진 않아요. 어느 정도 조직이나 사업이 구성된 상태에서 시작해야 앞으로 나타날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업장소를 잘 골라야 되요. 만약 인재를 모으고 싶다면 스탠포드 근처로 가야죠.
-투자를 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채 대표 : 투자자로서 말씀을 드리자면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사람이에요. 특히 창업가를 많이 봐요. 구성원과의 팀워크, 열정, 문제해결 역량 등을 유심히 살펴보죠. 어차피 투자했던 업체의 80%는 망하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사업 아이템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것입니다.
▲음재훈 대표(이하 음 대표) : 적어도 아이디어보다는 보여주는 게 있어야 되요. 시연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리고 투자자를 상대로 자신이 구상하는 제품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괜찮은지 강력하게 설득해야 합니다.
-아무 것도 없지만 꼭 가고 싶다면?
▲정 대표 : 그냥 들이대세요. 저는 미국으로 가서 18개월간 1000명 만났습니다. 돈이 많을 것 같은 사람, 하버드나 MIT 졸업자, 구글에 다니는 사람 그냥 무조건 만나자고 했어요. 꾸준히 하다 보니 친구가 점점 늘어났고, 이게 다 인맥과 자신이 됐죠. 포기하지 마세요.
▲붐카 대표 :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적어도 어느 정도 사람들이 기대를 해요. 한국처럼 인프라가 발전한 나라가 없잖아요. 흥미를 갖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꼭 기억하세요.
◇ 왼쪽부터 음재훈 대표, 정세주 대표, 수잔야 붐카 대표, 크리스틴 채 대표, 김창원 대표(사진=최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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