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현대·기아차가 미국시장의 판매 부진과 국내 생산차질 여파 등으로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우선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자국의 ‘자동차산업 보호주의’가 강화되면서 급성장하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견제가 극심해졌다. 엔저를 바탕으로 토요타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마저 이전의 명성을 되찾고 있어 가격경쟁력 또한 악화됐다. 여기에다 내수시장을 노리는 수입차 업체들의 도전 또한 여전해 현대·기아차로서는 3중고에 시달리는 셈이다.
지난해까지 전차군단으로 불리며 국가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현대·기아차가 고속성장 시대를 접고 정체 내지 침체 국면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는 우려가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시장이 실적시즌을 앞두고 벌써부터 요동치는 이유다.
◇현대차, 분기별 영업이익·이익률 추이. (자료 : 현대차, HMC)
15일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차(005380)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0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8500억원 내외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1%가량 하락하는 저조한 수준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9.0%를 기록, 2011년 10.3%, 지난해 10.0%에 비해 큰 폭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집계됐다.
기아차(000270)는 1분기 매출액 11조2000억원, 영업이익 7000억원 내외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6%, 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형님' 현대차와 더불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어닝쇼크를 감내해야 할 지경으로까지 내몰렸다.
시장에서는 대내외적 환경 변화를 들어 현대·기아차의 수익성 악화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는 눈치다. 다만 폭이 문제.
현대·기아차는 지난달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일부 생산성이 감소한데다 1분기 생산·판매 비수기까지 겹쳤다. 여기에다 수입차가 높은 인지도와 품질력, 마케팅을 앞세워 내수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것도 부담이 됐다.
특히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엔저를 등에 업고 가격경쟁력을 높이면서 미국과 유럽시장 공략에 나선 것도 현대·기아차의 발목을 잡았다.
실제 도요타의 경우 올해 1월 미국시장 판매가 27%가량 껑충 뛰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이후 월별 판매량 증가율로는 최고를 달성했다. 1월 현대·기아차의 판매량 증가율이 고작 2%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약진이 빛난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미국에서 연이어 터진 대규모 리콜과 과장연비 논란 탓에 현대·기아차가 심각한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받았고, 이는 판매 저하로 직결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어렵게 쌓아올린 시장(소비자)의 신뢰를 한순간에 추락시켰다는 얘기다.
일각에는 최근 수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견제로도 해석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과 프랑스 등지에서 연비 규제나 정책 강화를 통해 현대·기아차를 견제하는 느낌이 있다”면서 “완성차 메이커가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정부 차원의 냉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유럽의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지난해부터 프랑스를 중심으로 ‘자국의 산업 보호주의’ 명목으로 현대·기아차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선언한 바 있다. 이처럼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현대·기아차에 대한 올해 실적전망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김 교수는 “엔화 약세로 해외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공세가 강화될 것”이라며 “현지 생산성을 늘리고 전략 차종을 개발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다만 “국내 고용창출이 기본적으로 수반돼 국내 근로자들이 역차별을 받아선 절대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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