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은성기자] 영란은행(Bank of England) 금통위원을 역임한 세계적 석학 찰스 굿하트 런던 정경대 교수가 한국형 토빈세 도입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표명하면서 토빈세 도입을 둘러싼 국내외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정부가 급격한 외화 유출입을 막기 위한 카드로 꺼내든 ‘한국형 토빈세’가 사실은 환율의 절상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면서 토빈세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139.4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한달간 44원 넘게 상승했다. 북한발 리스크가 환율의 상승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초까지만 해도 급격한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정부의 고민 아닌 고민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5월 1185원에서 올해 2월엔 1086원대까지 하락하며 약 11% 평가 절상된 반면 엔화는 지난해 9월 이래로 급격하게 약세로 전환돼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악화됐던 것.
최근 1년간 원·달러 환율 추이
자료 : 대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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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한국형 토빈세'. 환율이 시장의 예상보다 가파르게 하락하고 해외자본의 유출입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판단에서다.
그러자 이에 대한 반박들이 만만찮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 한은에서 열린 '거시건전성과 통화정책(Macroprudential and Monetary Policies)' 세미나가 대표적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찰스 굿하트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토빈세’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영란은행(Bank of England) 금통위원(1997~2000)을 역임했던 굿하트 교수는 경제지표의 통계적 규칙성은 그것을 정책목표로 삼고 규제를 적용하기 시작하는 순간 사라진다는 ‘굿하트의 법칙’ 등 통화정책, 금융안정 및 중앙은행론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쌓은 세계적인 석학이다.
굿하트 교수는 “토빈세는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지만 이중과세의 우려가 있다”며 “이중과세를 피하려는 투자은행들의 반발로 오히려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굿 하트 교수와 동조하는 국내 학계의 반대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정부가 토빈세 도입 관련해 논의한 시기가 환율의 절상시기에 집중돼, 결국 환율의 절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을 거론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금융연구센터 소속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외환에 대한 토빈세는 급격한 자본이동을 막아 환율 변동성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며 “지금과 같이 환율의 절상을 방지하는 수단으로 고려하는 것은 단기 목표를 위해 중장기 정책수단을 사용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토빈세의 도입과 관련한 논의는 환율의 절상시기에 집중돼 정부의 도입 목적이 환율의 절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최근 환율의 절상 움직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나친 환율절하와 이에 따른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환율이 조정되는 과정이며 토빈세 도입의 전제인 과도한 자본이동 대문이라고 볼 근거는 빈약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자본시장의 과도한 자분 유출입이 은행 및 전체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비해선 중장기적으로 토빈세를 고려할 필요는 있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이러한 경우에도 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고 타국의 비난을 막기 위해 국제적 공조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하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환율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민간부문이 자발적으로 환율 변동에 대처하려는 시도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환율변동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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