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세들어 사는 건물 내부에 가스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임차인이 '가스 폭발' 가능성을 무릅쓰고 진원지를 직접 찾아갔다가 화를 당했다면,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임차인에게도 30%의 과실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합의4부(재판장 이균용)는 임차인 A씨가 집주인 B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A씨에게 9248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지난 2009년 6월 집주인 B씨는 "건물 3층에서 가스냄새가 나는데 이를 확인해보고 조치를 취해 달라"는 임차인 A씨의 말을 듣고 어머니 C씨에게 '가스 누수' 여부를 점검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에 C씨는 임차인 A, 이웃 D씨와 함께 3층에 올라가 임차인 E씨의 방 근처에서 가스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을 확인했고, D씨는 옥상에 있는 LPG 가스통의 밸브를 잠갔다.
이때 C씨와 A씨는 E씨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가스 공급관의 중간 밸브와 가스레인지의 좌측점화 손잡이가 열려 있는 것을 본 C씨는 이를 잠궜다. C씨는 점화 손잡이가 돌아가 있다는 것을 A씨에게 보여주려고 좌측 점화 손잡이를 다시 왼쪽으로 돌렸고, 그 순간 가스레인지에 불꽃이 튀며 3층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로 화상을 입은 A씨는 "임대인이 관리하던 가스공급시설 탓에 발생한 가스 누출과 C씨의 과실로 화재가 발생했으니 치료비 등 손해를 배상하라"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C씨는 화상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재판부는 "피고 B씨로부터 가스 누출 여부를 확인·점검하도록 사무처리를 위탁받은 피고의 모친 C씨는 가스가 누출돼 있는 3층에 도착했을 때 '가스가 공급되는 관의 중간밸브가 열려 있고 가스레인지의 좌측 점화 손잡이가 돌아간 상태'인 것을 발견했다면,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환기를 하는 등 가스를 배출시키거나 불기운과 가스의 접촉을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그런데도 C씨는 가스레인지의 점화 손잡이를 왼쪽으로 돌려 불꽃이 생기게 했고, 이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으니 B씨는 A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가스 폭발' 가능성이 있는데도 진원지를 찾아간데다, C씨에게 가스레인지 점화 손잡이 조작에 대한 주의를 주지 않은 임차인에게도 30%의 과실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가스 냄새가 심하게 나는 등 가스 폭발이나 화재 발생의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임차인 A씨는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C씨와 함께 가스냄새가 나는 방에 들어가 가스레인지의 점화 손잡이가 열린 것을 발견했지만 C씨가 점화 손잡이를 조작하도록 방치했다. A씨의 과실 역시 화재발생의 한 원인"이라며 화재사고의 발생 경위와 쌍방의 과실 내용에 비춰 A씨의 과실비율을 30%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임차인 A씨는 가스 폭발이나 화재 발생의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하지 않았고, 가스냄새가 나는 방에 함께 들어간 C씨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아 손해를 확대시킨 과실이 있다"며 임대인 B씨의 과실비율을 7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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