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대투 실버서비스 첫 날, 현장을 둘러보니
내·외부 홍보부족, 제대로 된 서비스 다소 시간 걸릴 듯
2013-04-01 18:27:07 2013-04-01 18:53:12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하나대투증권이 고령 투자자들에게 특화된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관련 서비스를 내놨지만 제대로 시행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시행 첫 날이어서인지 내부 홍보와 업무 숙지가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일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만 65세 이상의 고령 투자자 보호를 위해 특화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실버그린 서비스를 실시한다. 각 영업점별로 1~2개의 실버그린존(Silver Green Zone) 상담 창구가 지정된다. 
 
고령 투자자가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투자상품에 대한 상담을 요청하면 별도의 상담자료를 활용해 충분한 시간을 들여 투자상품에 대한 완전판매 보장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의 권고사항에 불과하지만 하나대투증권이 자발적으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내 증권사로는 한화증권에 이어 두 번째로 시도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실버그린 서비스가 시행된 첫 날  무작위로 하나대투 지점 10곳을 지정해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관련 서비스를 문의한 결과, 3곳은 관련 내용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 소재 하나대투 한 지점 직원은 "실버그린 서비스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관련 내용을 본점으로부터 전달·안내받은 게 없다"고 설명했다. 아직 내부 홍보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다른 객장에서는 해당 서비스에 대해 문의하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직원들에게 아느냐고 물었지만 아는 직원이 없었다. 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 고객이 일부러 지점을 찾아 왔다면 헛걸음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나대투 콜센터 직원들 역시 이 내용을 알지 못했다. 지점 직원들과 통화해보라며 전화를 돌려주거나 내용을 알아보고 연락 주겠다며 양해의 말을 구하기도 했다.
 
다른 증권사보다 잘 해 볼려고 자발적으로 내놓은 서비스가 오히려 부족한 준비로 인해 칭찬은 고사하고 비판을 받을 뻔한 것이다.
  
특히 금융감독당국의 권유로 이 제도가 시행됐지만 아직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고, 당국 차원에서도 고령자들을 위한 서비스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제대로 홍보하지 않아서 이 서비스를 받겠다고 찾아오는 고객이 한 명도 없는 곳이 많았다. 
 
증권사 자체적으로도 일선 영업점에 실버그린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이나 홍보물이 없었다.
 
이에 대해 하나대투 관계자는 "시행 첫 날이라 완벽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면서 "차차 내부 홍보는 물론 외부 홍보에도 신경을 쓰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점에 문서·편지 등을 통해 관련 서비스 시행을 통보를 하고 질의응답 자료 등을 보냈는데 본사에서 내려가는 내용이 많다보니까 정신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며 "당장 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하나대투는 증권사 중 소비자 보호에 가장 기민하게 대처하는 곳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펀드리콜제도를 시작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소비자보호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번에 시행된 고령 투자자들을 위한 보호 서비스도 금융감독원의 권고로 이뤄지고 있다. 과거 증권사 직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연령을 불문하고 경쟁적으로 고객들을 유치하다보니 잘못된 상품 가입으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지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타 증권사에 비해 발빠르게 도입한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각 증권사에 65세 이상 고령자 중 파생상품 투자 경험이 없거나 투자 기간이 1년 미만인 사람은 상품에 새로 가입할 때 금융회사 지점을 최소 두 차례 방문하도록 권고했다.
 
이 같은 고령 투자자 보호는 법규에 따른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시행하지 않아도 제재를 받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한화증권과 하나대투증권 이외에 이 제도를 시행하는 증권사는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각 증권사별로 고령 투자자 보호를 자율적으로 시행하게 돼 있다"면서 "계획을 제출 받았는데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지금까지 안하겠다는 증권사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율적으로 이행되다보니 서비스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고령자에 대한 서비스는 금융당국의 권고사항을 어기지 않는 수준에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고, 직접적인 실적 향상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보니 증권사에서 적극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금융소비자 보호법 제정을 마무리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앞으로 이와 관련된 권고와 규제는 더 강화될 예정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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