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기업 열곳 중 여덟 곳은 현행 배임죄가 적용과 처벌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기업 292개사를 대상으로 '배임처벌'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83.2%가 현행 배임처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적용 및 처벌기준 불명확'을 꼽았다.
대한상의는 '배임죄로 인한 손해'에 현실적으로 발생한 손해뿐만 아니라 손해 위험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하고 있어 기업들이 배임죄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응답 기업들은 '민사문제를 형사범죄로 처벌'(11.3%)한다거나 '처벌수준이 과도하다'(4.5%)는 점을 배임제 규정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배임처벌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준법경영에 도움이 된다'(42.8%)는 응답보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49%)는 답변이 6.2%포인트 더 많았다.
실제로 조사기업 중 배임죄로 처벌받아 경영 차질을 겪은 경험이 있는 기업은 9.6%로, 이들은 ▲의사결정 지연 ▲보수경영으로 기업성과 악영향 ▲투자위축 등의 피해를 겪었다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미국 판례와 독일 주식법 등에는 경영진의 선의의 경영판단에 대해 사후적 손해가 발생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경영판단 존중 원칙'이 확립돼 있다"며 "우리나라도 일부 판례에서 이를 고려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법률과 판례상의 확고한 원칙으로 배임제 규정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우리 기업인들은 정당한 경영상의 결정도 나중에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배임죄의 성립요건을 엄격히해 남용여지를 줄이는 한편 준법지원인, 사내법무부서 등을 통해 배임여부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거친 의사결정사항에 대해서는 배임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7일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기업인의 경영행위에 적용되는 배임죄를 완화하자는 내용을 포함한 상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며 현재 법안 추진에 대한 기업인들의 관심이 쏠린 상태다.
배임죄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하여 본인(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죄'로 국내법에는 형법과 상법 등에 징역 또는 벌금형이 규정돼 있으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는 특정경제가중범죄처벌법에 의해 가중처벌된다.
이번에 발의된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어떤 이해관계를 갖지 않고 경영상 결정을 내리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단서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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