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현주 기자] 베토벤과 슈트라우스의 교향악이 때늦은 꽃샘추위에 움츠러든 관객들의 마음을 녹였다.
지난 22일 KBS교향악단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668회 정기연주회로 '마에스트로 시리즈'를 진행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2008년(제614회)과 2010년(제643회) 두 차례 KBS 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이란 출신의 지휘자 알렉산데라 라흐바리(사진)가 지휘를 맡았다. 협연은 2004년 그래미상에 노미네이트된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르만이 맡아 '피아노 협주곡 제4번 G장조 작품 58'을 연주했다.
공연의 서문을 두드린 것은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제3번 작품 72b'였다. 억울한 정치범인 남편을 구하는 아내의 의지를 담은 이 곡은 봄의 기운을 예고하는 듯 했다. 현악과 플룻의 독주가 경쾌함을 뿜어냈고, 아직 완전히 찾아오지 않는 봄을 재촉하듯 무대 밖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명랑한 트럼펫 소리는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2막에서는 보리스 베르만과 함께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4번 G장조 작품 58'을 연주했다. 협주 역시 두 번째 악장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밝은 기운의 연주였다. 특히 베르만은 연신 쏟아지는 음표의 향연을 여유 있게 소화했다. 힘을 빼고 편안한 모습으로 건반의 소리를 마치 음미하는 듯한 그의 피아노 독주는 어린 연주자에게서는 보기 힘든 손 끝의 원숙함을 선사했다.
2부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작품 30'이 장식했다. 이 곡은 슈트라우스가 니체의 저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영감을 받아 쓴 곡이다. 라흐바리와 KBS 교향악단은 각기 다른 니체의 철학을 담은 9개의 장을 연이어 선보였다.
제1곡 '서주, 혹은 일출'은 스탠리 큐브릭이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사용해 유명세를 탄 곡이다. 귓전을 때리는 타악기의 장대함은 친숙함과 함께 일출의 장관을 그려냈다. 오르간, 하프까지 더해진 앙상블은 태동하는 봄의 에너지를 대변하는 듯 했다.
바이올린의 독주를 곁들인 산뜻한 왈츠곡인 제8곡 '춤의 노래'에서는 생동하는 정신의 힘을 무리없이 묘사했다. 마지막 제9곡에서는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라'는 니체의 제언을 나지막하게 읊조리듯 잔잔하고 소박하게 연주를 마무리해 여운을 자아냈다.
계절감이 돋보이는 프로그램 구성이 관객의 마음을 들뜨게 했지만 연주 면에서 볼 때 일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번 연주에서 단원들은 스코어를 따라가기 바쁜 모습이었고, 지휘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 단계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오는 5월에 계속 이어질 KBS 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에 다음 기대를 걸어본다. 5월 10일 669회, 5월 31일 670회 두 차례에 걸쳐 공연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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