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수남기자] 올 들어 수입차의 대명사로 이름난 벤츠의 추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금까지 최소한 업계 2위 자리는 유지해왔지만, 지난달에는 폭스바겐에 밀려나며 3위로 주저앉았다. 벤츠의 디젤 승용차 부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올해는 폭스바겐, 아우디에 이어 4위로 추락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벤츠가 2.0 디젤 세단의 부재로 올해 4위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벤츠의 중형 디젤 세단 B200(1.8).
19일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벤츠는 지난 1월 모두 1939대를 판매하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BMW(3266대)에 이어 업계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월에는 폭스바겐(1552대)에 2위 자리를 내주면서 업계 3위(1404대)로 추락했다.
벤츠의 업계 3위는 지난 2008년 이후 5년만이며, 폭스바겐에 밀린 것은 지난 1998년 이후 15년만이다.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 4년 연속 업계 2위를 차지했던 벤츠의 굴욕이다.
여기에는 2월이 차량 파매 비수기인데다 영업일수가 짧은 점도 작용했지만, 벤츠의 디젤 승용차의 부재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수입차 베스트셀링 '탑10'에는 6개모델이 디젤 차량이다. 이중에서 디젤 세단은 모두 5종이며, 다시 중형(2.0) 디젤은 4종에 이른다.
◇BMW가 국내 수입차 업계 4년 연속 1위에 오르는데 지난해 큰 기여를 한 520d.
지난해 수입차 업계 1위를 차지한 BMW의 경우 베스트셀링 '탑5' 모델 가운데 4개 모델이 디젤 승용차이며, 1, 2위는 각각 520d와 320d 등 2,0 세단이 차지했다. 지난해 BMW(2만8152대)의 디젤 차량 판매 비중은 70%를 넘었다.
또한 지난해 업계 3위를 차지한 폭스바겐의 베스트셀링 '탑5'에는 모두 디젤 차량이 포함됐으며, 소형 골프 1.6 TDI(5위)를 제외하고는 모두 2.0 중형 승용차량이다.
반면, 지난해 벤츠의 베스트셀링 '탑5'에는 E220(2위, 2106대)과 C220(4위, 1544대)만 디젤 차량이며, 이들 차량 모두 배기량 2200㏄의 대형 차량이다. 또 벤츠가 B200(1796㏄) CDI 중형 디젤 세단을 판매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 운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2.0보다는 배기량이 적다.
벤츠의 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벤츠는 지난 2010년 전년대비 21.2% 급성장 하면서 수입차 평균 성장세(16.2%)를 앞질렀으나,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4.4% 성장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폭스바겐이 47.9%, 아우디가 24.9%, 수입차 평균이 24.6%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벤츠는 폭스바겐 아우디에 이어 4위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내다봤다.
◇볼보는 지난해 모두 7종의 디젤 승용을 출시하면서 20%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볼보의 전체 판매에서 디젤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91%이상이다.
폭스바겐은 올해 최대 2만4000대 판매가 목표다. 벤츠가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경우 폭스바겐에 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아우디와 벤츠가 올해도 지난해 성장세를 유지할 경우에도 아우디는 전체 판매에서 벤츠(800여대)를 소폭 앞선다.
최근 중형 디젤이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수입차 베스트셀링 '탑1'에는 BMW 520d가 올랐고, 전년 1위를 차지한 벤츠 E300은 3위로 뒤쳐졌다. 지난 2월에도 520d가 가장 많이 팔렸으며, 이어 폭스바겐 티구안, 토요타 캠리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20, 30대가 많이 찾는 극장에서 홍보 영상을 방영하고, 마찬가지로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서울 코엑스 밀레니엄 광장에 벤츠 B 200 CDI를 전시하는 등 벤츠의 방향성을 잃은 마케팅도 벤츠의 추락에 힘을 보탰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폭스바겐 한 관계자는 "최근 수입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구입 시에는 약간 무리해서라도 차량을 구입하려 한다"면서 "하지만 유지비는 국산차와 비슷하게 들어가는 중형 디젤 차량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벤츠는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디젤 차량도 지속적으로 출시, 올 하반기에는 20, 30대 젊은 층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컴팩트 디젤, A 클래스(소형)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2.0 디젤 등 모두 5종의 디젤 승용차을 출시한 볼보는 자사 판매량(1768대) 가운데 91%이상을 디젤 차량으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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