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부가 가격경쟁을 통한 서민 물가안정을 위해 대형마트가 적극적으로 병행수입 시장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본격적인 시장 참여를 위해서는 일정 기간 인력과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데 최근 불황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여력은 부족하고, 출범 초기부터 경제민주화와 유통구조 개선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새 정부에 대놓고 반기를 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격경쟁을 통한 서민 물가안정을 위해 대형마트에 공산품 병행수입 시장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한 가운데 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전날인 7일 산업경제실장 주재로 대형마트 3사의 임원들을 불러 비공개 물가 안정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대형마트가 적극적인 할인 행사를 통해 물가안정에 기여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가격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정부 측은 대형마트의 병행수입 시장 참여를 요청했다.
현재 품목마다 몇개 업체가 독점해 수입하고 있는 시장에 대형마트가 참여할 경우 가격인하 효과가 클 것이란 판단에서다.
중소 수입업체의 경우 일부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에서만 병행수입 제품을 판매해 가격경쟁 효과가 미미하지만, 대형마트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경우 기존 제품들과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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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139480),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마트3사는 농산물을 비롯해 가공식품 분야에서 활발하게 해외 직소싱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농산물의 경우 장기간 보관이 까다로운 데다 기후에 따라 수급이 어려워 예전부터 해외 직소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 측이 언급한 공산품은 조금 다르다. 생활가전의 경우에는 애프터서비스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과 함께 기존 공식수입업체들과의 원활했던 관계가 어긋날 가능성도 크다.
더구나 생활용품 등 시장은 작지만 종류는 다양한 품목의 경우 기존 수입업체들이 영세한 경우가 많아 대기업이 중소기업 밥그릇을 빼앗아 가는 형식으로 비춰질 우려도 있다. 최근 정부의 대형마트 신규 출점 제한 등 영업제한 강화와 관련 ‘상생’이란 단어가 갖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새 정부의 요청에 협조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박근혜 대통령이 물가안정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이후 마트3사가 경쟁적으로 대형 할인 행사를 추진한 점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유통구조개선과 골목상권 보호 등에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밉보여서는 안 된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요청이 있은 지 하루 밖에 되지 않아 뚜렷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병행수입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문제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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