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인수위 시기에 국정공백 최소화를 이유로 장관 후보자를 정해지는 대로 순차발표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정작 국회 청문회를 통과한 장관들의 임명은 특별한 이유 없이 미루고 있다.
지난달 13일 인수위의 장관 후보 첫번째 발표에서는 안전행정부•외교부•국방부•교육부 등 6개 부처 장관 후보들을 소개하면서 나머지 부처 장관 후보들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인수위는 나흘만인 지난달 17일 미래창조과학부•국토해양부 등 11개 부처 장관 후보를 모두 발표했다. 이같은 2차 인선발표에 대해 '직제가 정해지지도 않은 장관 후보를 발표하는 것은 야당 압박용'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용준 당시 인수위원장은 “안정적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국민의 불안과 공직사회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어 부득이 장관 추가 인선을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정작 청문회를 통과한 장관들의 정식 임명을 별다른 이유없이 미루고 있다.
지난달 28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후 총 9명의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마쳤다.
인수위 당시엔 이명박 정부의 임기 내였기 때문에 부처에 장관이 없거나 국무회의를 열지 못하는 등의 실제 국정공백은 없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청문회를 통과한 장관의 임명을 차일피일 미룸에 따라 현재는 실질적인 국정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상태다. 국정이 중단되고 있는 사태를 박 대통령 본인이 최소화할수 있음에도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법적 절차가 끝난 장관 내정자들을 임명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지난 6일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장관 내정자 한명에게만 임명장을 주는 것은 모양이 아름답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칫 국정공백보다는 모양새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장관 임명이 지연되면서 장관 후보자가 장관 업무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도 나왔다.
박 대통령은 장관 임명을 받지 않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에게 구미 불산 누출 사고 현장 방문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이 장관 임명을 미루는 것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은 정부조직법을 원안대로 빨리 통과시키기 위해 민주당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민 담화에서 “우리가 극복해야 할 현안과 국민 경제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 출범 일주일이 되도록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국정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해, 국정 공백이 정부조직법을 통과시키지 않은 민주당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정치학 전공 한 대학교수는 “인수위 때는 국정공백을 이유로 장관•청와대 인선을 수차례 나눠 발표했던 박 대통령이 국정공백이 더 악화된 상황에서 장관 임명을 미루는 것은 박 대통령이 강조한 원칙과 맞지 않다”며 “야당과 교섭 대신 정치적인 압박만을 고집할 경우 국정 운영이 계속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 지난 4일 청와대에서 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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