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G20, 엔低에 면죄부.."연내 100엔도 가능할 듯"
2013-02-18 15:58:03 2013-02-18 16:00:28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주요 20개국(G20)이 경쟁적인 통화 평가 절하를 자제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최근 환율 전쟁의 시발점으로 지목받고 있는 엔저를 막기위한 국제적인 공조는 없었다. 이에 따라 엔저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게 제기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폐막한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경쟁적인 통화가치 하락을 자제하자"는 내용의 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은 "통화 정책은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에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G7이 "환율은 통화정책의 목표가 될 수 없다"고 밝힌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었다.
 
◇G20, 환율전쟁은 부정..엔低 비판 면해
 
G20 회의는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일본의 엔화 약세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엔저를 묵인하는 듯한 발언들이 이어지며 일본의 통화 정책에 장애물들을 제거해줬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환율 전쟁과 관련된 많은 말들이 있어왔지만 실제로 목격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웨인 스완 오스트레일리아 재무장관 역시 "환율에 대한 이슈는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미국은 국내 이슈를 위해 통화 정책을 사용한다"며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 같은 양적완화 수단을 채택한 것을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대해 G20 회원국들의 이해를 구했다"고 밝히며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을 확실히 했다.
 
이와 함께 G20 회원국들은 환율보다는 경제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추는 듯한 인상을 줬다.
 
성명은 "글로벌 성장세가 여전히 매우 취약하고 중요한 위험 요인들이 남아았다"며 "많은 국가의 실업률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높다"고 밝혔다.
 
◇'엔低' 다시 시동..연내 100엔도 가능할 듯
 
일본의 엔화 환율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달러에 비해 21%나 평가 절하됐다. 정부가 경제 성장과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강력한 양적 완화에 나서겠다고 밝힘에 따라 엔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때문에 일본의 양적 완화 정책에 대한 일부 국가의 비판이 일며 G20 회의에서 대안을 마련할 것이란 기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G20 회의에서 일본을 겨냥한 발언이 없었다는 사실에 엔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었다.
 
실제로 G20 성명이 발표된 이후 엔화 환율은 다시 약세로 전환했다.
 
18일 오후 1시50분 현재 달러 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79% 오른 94.10엔으로 거래되고 있다. 약 일주일만에 94엔대를 웃돈 것이다.
 
임레 스페이저 웨스트팩뱅킹 투자전략가는 "G20 회의 이전 일본 환율에 대한 경고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면서도 "실제로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것은 엔화 가치 하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바클레이즈는 "G20 공동성명은 일본 정부에게 씌여진 '환율 조작'이란 오명을 벗게했다"며 "올해 안에 달러 엔 환율은 100엔까지 상승할 것"이란 기존 전을 유지했다.
 
향후 엔화의 향방이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BOJ) 총재의 후임으로 누가 인선되느냐에 달려있다는 의견도 나타났다.
 
모건 스탠리는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차기 BOJ 수장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다만 "또 다른 유력후보인 무토 토시로 전 BOJ 부총재가 지명될 경우 엔화 환율은 달러 당 90엔까지 내려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토 전 부총재가 후보자 중 가장 매파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환율전쟁 재점화되나..신흥국 불만 거세
 
일본의 엔화 약세에 가장 크게 불만은 품은 국가들은 브라질을 비롯한 신흥국가들이다.
 
선진국에서 확대된 유동성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흥국으로 몰리고 이는 결국 통화 가치를 높여 수출 경쟁력 상실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만에 G20은 "통화정책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이를 항상 예의주시 하겠다"는 내용을 성명에 포함시켰다.
 
통화 정책은 국내적 요인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환율전쟁과 관련된 논쟁은 쉽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요아킴 펠스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통화와 관련된 긴장 상태는 지속될 것"이라며 "일본의 통화정책은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도 확장적 정책을 사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국 통화의 과도한 평가절상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주광야오 중국 재정부 차관은 "선진국들은 그들의 통화 정책이 외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짐 플래허티 캐나다 재무부 장관은 "고의적인 통화 절하와 경제 성장을 위한 정책의 부정적 효과를 구별하는 일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토르 콘스탄시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 역시 "환율이 장기간 한쪽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은 충분히 논의할 만한 의제가 된다"며 환율이 수용 범위를 넘어설 경우 시장에 개입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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