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보험에는 '계약전 알릴의무'라는 것이 있습니다. 보험가입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자신의 병력이나 직업 등 보험계약 체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을 반드시 보험사에 알려야 합니다. 계약전 알릴의무를 위반하면 보험계약이 해지되거나 보장이 제한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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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7월25일 주부 A씨는 남편 이름으로 보험상품에 가입했습니다. 몸상태가 안좋아진 남편이 병원진찰을 앞두고 있을 때였습니다.
A씨는 보험설계사와의 전화상담에서 남편이 고혈압이나 기타 질병으로 병원에 가거나 진단을 받은 병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화통화를 마친 A씨는 그날 오후 1시40분쯤 신용카드로 1회 보험료를 결제했습니다.
이후 우편으로 받은 보험청약서의 질문표를 작성할 때에도 남편이 최근 5년 이내에 고혈압 등으로 의사의 진찰을 받거나 투약한 적이 없다고 기재했습니다.
보험회사는 8월7일 A씨가 보낸 보험청약서 등을 토대로 보험계약 심사를 완료했습니다.
하지만 A씨의 남편은 7월25일 오후4시경 병원에 내원해 신장기능 검사 등을 받았고, 7월31일에는 '고혈압 및 고혈압성 신부전증'이라는 검사결과를 받고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하루 전인 7월30일에는 '고혈압, 신장질환과 당뇨질환 의심'이라는 직장건강검진 결과를 통보받기도 했습니다.
이후 A씨는 보험사에 남편의 진단비와 치료비 등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A씨의 남편이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고혈압 진단을 받았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아 '계약전 알릴의무' 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이에 A씨는 초회보험료를 납입한 후 진단을 받은 것이니 계약전 알릴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이들의 싸움은 대법원까지 이어졌고, 대법원은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고지의무 위반 여부는 보험계약 성립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보험심사를 마친 2008년 8월7일이 보험계약 성립일이 된다는 것입니다.
신영철 대법관은 "피고는 남편이 의사로부터 고혈압이라는 진단을 받았음에도 청약서의 질문표를 작성해 우송함에 있어 고의 또는 중과실로 고혈압 진단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기재해 고지의무를 위반했고,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이 해지된 것이라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계약전 알릴의무 미이행으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청약서상의 체크리스트를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주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변호사는 "체크리스트에 없는 질병일 경우 고지의무 위반이어도 고의·중과실에 해당되지 않아 보장을 받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고의로 알리지 않을 경우 사기죄로 처발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 변호사는 또 "청약서에 답변을 기재하지 않고 보험설계사를 통해 구두로 알렸을 경우 계약전 알릴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없어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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