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엔화 하락이 계속되면서 엔화대출을 원화대출로 바꿔 타려는 중소기업들의 문의가 은행으로 빗발치고 있다. 은행권은 원화대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우대 금리 적용,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 각종 혜택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엔화대출을 원화대출로 전환하려는 중소기업들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 엔화가 비쌀 때 대출을 받은 기업의 경우 엔화 하락으로 환차익을 얻을 수 있고 혹시라도 엔화가 급등하는 등 환율 변동에 따른 환 위험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엔화대출을 원화대출로 갈아타려는 기업들이 크게 늘었다”며 “엔화가 어디까지 떨어질 지를 묻는 내용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각종 혜택을 제공해 중소기업의 대출 전환을 권유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엔화대출 원환전환' 서비스를 출시하고 통화전환옵션권 없이 엔화로 대출받은 중소기업이 신청서와 약정서 작성만으로 원화대출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또 원화대출로 전환하는 중소기업에 대출금리를 우대하고 중도상환수수료도 면제해준다.
IBK 기업은행은 '원화전환대출' 상품을 출시, 기존 외화대출 잔액에 한정해 1%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신한은행도 엔화대출을 원화대출로 전환하면 0.5%포인트 금리를 우대하며 하나은행은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한다.
지방은행도 가세했다. 대구은행은 엔화대출 보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통화전환 우대서비스를 진행하고 통화전환 시 발생하는 환율을 최고 70%까지 우대한다. 또 원화대출에 대한 적용금리는 영업점장 전결로 1.0%포인트 범위 내 추가 감면하고 전환에 따른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
부산은행은 '외화대출 원화전환 제도' 를 올해 말까지 시행할 계획이다. 통화종류·환차손익과 관계없이 원화대출 전환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은 별도의 통화전환옵션 체결 없이 대출을 갈아탈 수 있다. 최고 1%포인트 우대금리, 전환 환율 50% 우대 등을 제공하고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한다.
다만 은행권은 엔화대출 전환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키코(KIKO) 사태로 법정 공방에 휘말린 ‘아픈’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 데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부담이 늘어난 까닭이다.
이에 따라 각 은행 내부적으로는 ‘적극 권유는 자제하라’는 지침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엔화가 지금보다 더 떨어져 원화대출로 전환한 기업들의 기대수익이 줄어들 경우 은행으로 화살이 돌아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25일 각 은행에 공문을 보내 엔·원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경우 엔화대출을 원화대출로 전환한 차주들이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비해 은행들에 환위험을 상세하게 설명하도록 지시했다.
B 시중은행 관계자는 “혹시라도 은행의 권유나 강압에 의해 원화대출로 전환했다고 주장하는 케이스가 발생할 수 있다”며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대출 전환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하고 적극적인 권유는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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