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올해 하반기 채권금리가 반등할 것이란 전망은 컨센서습니다. 하지만 금리 방향성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변동성이죠.”
신재명 신한금융투자 FICC(Fixed Income, Currency, Commodity)본부 본부장(사진)은 17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1년간 최소 100bp 정도의 변동성이면 충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물론 강세장에서 수익을 내는 게 더 쉽겠지만 롱(매수)·숏(매도)이 비교적 여유로운 증권사 입장에서 그 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게 신 본부장의 설명이다.
채권시장의 변동성은 증권사의 채권운용이 각광받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2000년 이후 채권시장의 금리 변동폭은 매년 100bp(1bp=0.01%p) 정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채권 거래량은 꾸준히 늘었고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채권시장 자체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죠.”
◇“금리 변동성 100bp면 충분”
채권시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FICC 본부 체제를 구축, 새 토대를 꾸렸다. 7개 부서였던 FICC 본부는 최근 9개 부서로 분할 개편해 집단의 장점을 살리도록 했다. 특히 운용부문의 역할이 커진 만큼 본부만을 고객으로 하는 내부 전략팀인 채권전략팀을 신설했다.
괄목할 성과는 곧바로 이어졌다. 지난해 FICC본부는 신한금융투자 전체 순익의 65%를 냈다. 부여받은 목표를 초과달성한 유일한 본부이기도 하다.
“세계 표준만 봐도 그렇습니다. FICC의 수익기여도가 50%를 넘어선 지 오래죠. FICC가 증권업계의 메인비즈니스가 됐다는 방증입니다.”
저성장 저금리 국면에 접어들며 고객들은 점차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찾게 됐고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위험을 줄이며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FICC에 집중하게 됐다는 게 신 본부장의 설명이다.
“올해 채권시장이 어려울 것이라지만 금리 변동성만 있다면 이번에도 부여받은 본부의 목표치 초과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하반기, DLS 비즈니스에 ‘집중’
올 하반기에는 특히 DLS(파생결합증권) 운용의 묘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FICC의 결정체는 DLS 비즈니습니다. 내부 리스크 관리가 타사에 비해 엄격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약간은 경직된 면이 없지 않은데 조금은 유연한 작업을 거쳐서 하반기 DLS 비즈니스에 치중할 방침입니다.”
해외투자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재 홍콩 딤섬 채권과 브라질 채권에 소규모로 투자 비중을 두고 있지만 일단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작업을 우선키로 했다.
“저금리 시대에 증권사가 앞다퉈 해외투자에 눈을 돌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해외투자가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겁니다. 문제는 투자국가와 시기죠. 다만 우리나라 증권사의 경우 해외투자 전문 인력이 적다는 점은 큰 맹점으로 꼽힙니다. 사전 점검이 가장 중요한데 말이죠.”
이에 따라 FICC본부는 전략팀에 해외투자전문가를 영입, 오는 2월 본격 투입한다.
◇“웰컴 투 더 헬, FICC본부”
신한금융투자 FICC 조직규모는 총 70여명. 9개 팀 가운데 운용관련 부서는 5개로 운용인력만 30~40명 정도다. 이 중 15년차 이상 시니어는 일부에 불과하다.
“시니어가 별로 없다는 점은 조직의 단점이자 강점입니다. 경험이 적은 조직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지만 젊은 조직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죠.”
신 본부장은 그래서 더 악한 상사가 되기로 했다. 2~3년 뒤 강한 하우스로 키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진 말을 던지기도 한다.
“엄격한 도제식 교육 정도로 해석하면 됩니다. 잔소리는 않습니다. 단지 K(knowledge, 지식), G(gut, 용기), A(attitude, 태도)를 강조할 뿐입니다.”
우선 입사 1년이 되도록 토익 900점, CFA level 1을 통과하지 못하면 본부에 남을 수 없다. 출근은 7시, 기본적으로 주당 70시간 근무는 다반사다. 넷째 주 일요일에는 본부 인력 전원이 출근한다. 본인 사망 또는 직계 사망 외에는 빠질 수 없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음 한 달간의 운용계획을 프레젠테이션(PT)하기 위함이다.
“신입 시절 좋은 선배와 멘토 아래서 개처럼 일하지 않으면 자질이 좋아도 앞선 정도나 수준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듯이 쓰지 않으면 쓰임이 없는 것이죠. 같은 의미로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는 말 또한 늘 되뇌는 다짐입니다.”
운용팀의 모든 결정은 본부 주관 회의를 통한다. 주니어부터 시니어까지 모두가 회의에서 충분한 의견개진이 가능하다. 다만 결정은 신 본부장의 몫이다. 철저한 팀 운용방식을 적용한 데 따른 것이다. 롱이면 롱, 숏이면 숏, 일정하게 가기 때문에 장단은 있다. 성공할 경우 성과는 크지만 가령 결정이 시장 흐름과 반대면 오히려 큰 실패가 온다.
“한 케이스만 놓고 보면 그럴 수 있겠지만 오래 두고 보면 한 사람의 파이널 콜이 결과적으로 승률을 높일 것이란 확신이 있어요. 신한금융투자에 와서 팀 운용방식을 적용한 것을 가장 큰 자부심으로 여깁니다. 각 팀마다 주어졌던 재량권을 모은 것이죠. 글로벌 탑 티어(Top Tier)는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강대석과 김병철, 그리고 신재명..“사람이 운”
‘모든 인생만사는 트레이드오프(trade off)’라고 신 본부장은 말했다. 어느 것을 얻기 위해선 반드시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큰 성공을 위해선 그만큼의 리스크를 택해야 합니다. 극단적인 전략 없이 불가능한 게 투자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해의 큰 성공보다 꾸준한 2~3등을 유지해 장기적 성과가 1등인 회사가 정말 강한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베팅을 않을 수는 없지만 모든 걸 걸어 베팅할 수는 없죠.”
채권시장에서는 신 본부장을 두고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신 본부장은 어리둥절해 했다.
“스스로 전생에 나라 두 번쯤 팔았다고 생각해요. 인생이 꼬였다고 측근들은 말하죠. 그래서 운 좋은 사람을 가장 부러워합니다. 아마도 지난해 7월 기준금리 인하 때 적지 않은 포지션을 지른 게 수익을 내면서 나온 얘기 같습니다. 당시 직원들 반대도 많았기 때문이죠. 강조하고 싶은 건 ‘운은 사건에 있었던 게 아니고 사람에 있다’는 겁니다.”
이는 그가 최근 읽은 ‘위대한 기업의 선택’이라는 책의 한 구절. ‘운’은 결코 사건이 아닌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거다.
“신한금융투자에 강대석 사장이 돌아왔고 ‘채권전설’로 통하는 김병철 부사장이 영입돼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이 행운이죠. 그룹장과 본부장이 모두 20년 전문 채권인력인 경우는 신한금융투자뿐이라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1990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채권운용을 담당한 그는 1998년 삼상자산운용, 2004년 메리츠증권에서 각각 채권운용 팀장·부장을 지냈다. 이후 2005년 국민은행 채권·특정신탁 총괄 팀장, 2008년 프랭클린템플턴투신 이사를 역임해오다 2009년 RG자산운용 상무를 거쳐 지난해 4월부터 신한금융투자 FICC본부장을 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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