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장기화되는 주택시장 침체로 인한 주거 환경 불안에 대한 부작용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사업성 하락과 건설사 부도 등으로 민간주택 공급이 감소하며 향후 이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에서는 18만5083가구가 입주한다. 올해 17만3565가구로 이어 2년 연속 20만가구를 넘지 못하는 실적이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불과 8만6942가구만이 입주할 예정이다. 인구 1000만명 도시에 입주량 조사 이래 처음으로 10만가구를 넘지 못하는 것이다.
2~3년후 입주 아파트가 될 분양 실적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주택협회가 회원사 72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내년도 분양 계획을 조사한 결과, 절반에도 못 미치는 32개사만이 121개 사업장에서 분양에 나서기로 했다. 총 분양물량은 12만2329가구로 올해 17만4582가구보다 30% 감소한 수치다. 지난 2002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분양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10만가구 이하로 떨어진 7만8178가구가 공급된다. 지방 역시 시장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35.3% 감소한 4만4151가구만이 분양된다.
한국주택협회는 “주택경기 장기 침체로 72개 회원사 중 21개사 중견 건설사들이 잇따라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고 대형 건설사마저 주택사업 조직 및 인원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장기적인 공급 불안정을 우려했다.
누적되기 시작한 주택 공급분 감소는 향후 전세난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형생활주택 등 초소형 주택 공급 증가로 월세수요인 1~2인 가구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전세수요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3~4인 가족 단위 수요를 흡수해 줄 아파트 공급감소로 전세난이 만성화될 것이란 우려다.
나사렛대학교 남영우 교수는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공급은 활발하지만 전세난의 원인인 아파트 공급은 줄고 있다”며 “매매전환이라는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3~4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주택형은 전세난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미 오를대로 올라 버린 임대료다. 특히 현재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의 전셋값은 8억3000만원선으로 전국 평균 아파트 매매값 2억6000만원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3년 동안 32%나 상승했다.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는 전세난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뱅크 장재현 팀장은 “현재 임대료는 이미 역대 최고점까지 올라온 상태로 소폭의 상승도 세입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균형점을 찾으면서 소득 수준에 맞는 임대료가 결정돼야 하지만 입주 감소와 매매 전환 거부로 임대료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현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은 63.0%.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4.5%. 전세가율은 지난 2003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지만 매매가 추가 하락 기대감에 시장 흐름을 바꿀만한 매매전환 수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건설업 위기와 입주량 감소 누적 부작용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시장 전망이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장애로 진단됨에 따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는 “민간 주택시장을 위축시킨 보금자리주택 정책의 전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취득세 감면 연장 등 부동산 시장을 살릴 수 있는 정책들이 신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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