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관종·신익환기자] MB정부의 최대 실수 중 하나는 국가균형발전을 등한시 하고 지방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정권 말기 강하게 제기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 발전을 저해한 가장 큰 원인으로 '수도권규제 완화'를 꼽고 있다.
지방에서는 현 정부가 수도권규제완화로 회귀하면서 지역 발전의 틀을 만들어 줄 산업들이 여전히 수도권에 쏠려 있다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 물론 수도권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이와는 확연히 다르다. 아직도 목말라 한다.
거대 수도권의 표심도, 지방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균형발전 포기한 MB정부
MB정부는 지방의 극심한 반대에도 정권 초기인 지난 2008년 대기업의 수도권 산업단지 내 공장 신증설과 첨단산업단지 개발을 전격 허용했다. ▲공공법인의 행위규제 완화 ▲자연보전권역 내에서의 행위제한 완화 ▲연구소 등에 대한 과밀부담금 감면 등도 함께 추진했다.
지난 2009년에는 수도권 보존지역 내 기존공장 증설까지 허용하면서 지역의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
특히 2010년에는 균형발전을 포기한 대통령이란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 붙였다.
이어 지난해에는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입지 규제 및 규모제한 완화, 수도권 내 입주가능한 첨단업종 대폭 확대 정책을 추진했다. 지방으로 눈을 돌릴 수도 있었던 기업들을 수도권으로 다시 집중시키는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이와 함께 ▲대학과 전문대학간 통폐합 허용기한 연장 ▲수도권 소재 산업대 한시적 일반대 전환 허용 ▲규제대상인 연수시설 기준면적 조정 및 오염총량제를 시행하는 자연보전권역 내 연수시설 신·증축, 용도변경 허용(수도권 심의 필요) 등과 관련된 시행령을 개정했다.
반면 경기도민들은 규제가 심해 여전히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도민들이 많다는 게 지역의 민심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주장이 극명히 대치 되는 부분이다.
◇朴, "수도권, 비수도권 상생" vs. 文, "수도권 규제 부활"
대선 후보 'Big2'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대한 비슷한 공약들을 쏟아 내고 있다. 수도권 규제와 관련해서는 '완화유지'(박근혜)와 '규제부활'(문재인)로 맞대응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가능하게 할 세부 공약 수립과 발언에는 양 후보 모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이유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 유세에서 "현 정권의 수도권 규제완화로 지방으로 이전해 오는 기업이 없어졌다"며 "이명박 정권의 수도권 규제완화를 원상회복시켜서 기업과 일자리의 물줄기를 지방으로 돌려놓겠다"고 맹공격했다.
문 후보는 대기업을 비롯한 우량 기업들의 본사와 공장 등이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한편 ▲권역별 전략산업 육성 ▲지역 산업단지 재창조 사업 단계별 시행 ▲지역경제권 별 산업혁신 생태계 구축 등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 후보는 수도권 유세에서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숙원사업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하는 등 본인의 '규제부활' 기조를 드러내는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후보 역시 경제 민주화 일환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적 성장'을 내세우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수도권 표심을 의식한 애매한 자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기본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10월10일 열린 경기도당 선대위 출범식에서 "경기도를 통일전진·산업미래 기지로 만들겠다"고 발언하며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현정부가 수도권규제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수도권 민심을 어느정도 다져 놓은 것을 뒤집기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지방 민심에도 반할수 없는 박 후보는 "수도권도 좋아지고 지방도 좋아지는 정책을 실현하겠다"며 양쪽 달래기 공약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두 후보의 수도권규제에 대한 시각은 다르지만 '눈치보기'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딛히면서 공약 자체에 무게감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두 후보 모두 지역 현안에 대한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특별한 내용은 없는데다 수도권규제완화와 관련된 직설적인 발언은 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도권 외 지역의 표심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움츠러 든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규제 관련 공약 보완 투성이
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의 수도권 규제를 공약했다. 하지만 당시 강력하게 추진됐던 규제 강화 정책은 순기능도 많았지만 오히려 수도권 인구유입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특히 해외기업의 수도권 유치가 어려워져 수도권 지역은 물론 국가적인 손실을 입은 사례는 지금도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따라서 문 후보의 무조건 적인 '규제강화'는 다소 수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실장은 "문 후보는 과거 추진됐던 수도권-비수도권간 격차 해소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양자간 상생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정책공약으로 제시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이미 진행 되고 있는 지역 현안 사업과 중첩되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후보의 정책공약이 규제에 따른 수도권의 반발이 우려되는 것에 반해 조심스러운 공약을 펴고 있는 박후보의 전략은 '표심공략'의 측면에서 바람직 한 것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수도권규제강화를 강력히 외치는 충북·충남·대전 등 3개 시·도에 대한 공약으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로봇산업벨트'(대구·경남), '첨단의료단지'(강원·대구) 등 타 시·도와 중복되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어 지역적 특성에 맞는 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실장은 "추진전략에 대한 각 시·도의 입장 및 의견을 수렴한다거나, 비용편익(B/C) 분석을 실시해 현실적으로 공약의 이행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지방분권·균형발전 두 후보 다 '미지근'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은 매번 대선 때마다 주요 공약으로 거론돼 왔지만 현실에 반영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수도권 외 지방의 재정자립도가 평균 51.9%를 기록하며 지방의 지원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방 제정 자립을 위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 8:2를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 지자체와 시민단체·학계를 중심으로 지역분권운동이 더욱 활발해 지고있다. 이들은 '지방분권형 국가'를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제시하며 개헌을 요구하고 있다.
비수도권 13개 시도지사와 지역대표 국회의원 등으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의 경우 지난달 수도권규제 완화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협의체는 성명을 통해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 및 수도권 계획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은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방이 수도권을 앞설 만큼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때까지 규제 완화에 대한 모든 조치와 논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렇듯 MB정부가 균형발전을 포기한 정권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들끓는 지역의 민심을 대선 후보자들이 어떤 내용의 공약으로 달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나온 두 후보의 공약은 일단 '고무적이나 내용은 미지근하다'는 평가다.
박 후보는 실질적인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지방행정제도 개선 등을 내놓았고 문 후보는 분권 국가와 균형발전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지역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는 각 지역별 현안 사업을 차질없이 실행해 나갈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을 공약하고 나섰다.
대표적으로 보면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등의 추가 이전에 대해 박 후보는 '신중론'을, 문 후보는 '유관기관 및 관련회사 추가 이전론'을 각각 내세우고 있다.
지방세 비율 조정역시 박 후보는 '지속 증가'를 공약 한 반면 문 후보는 지방세 비중을 현행 20%에서 40%로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역시 '신중' 대 '파격'으로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지만 이를 보는 시각은 '구체적인 실천방안 부제'로 모아진다.
정부 관계자는 "균형발전은 국토해양부 위주, 지방분권은 행정안전부 위주로 추진 되다보니 부처간 시너지가 미약할수 밖에 없다"며 "두 사업의 근본 취지가 상당부분 같기 때문에 각 후보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조금 더 실현 가능한 공약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는 최근 열린 후보자 공약 토론회에서 "두 후보 모두 지방분권에 대한 시대적인 요구를 충분히 공약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약을 그대로 실현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중앙집권적인 국가의 폐단을 시정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국가경영체제를 확립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지방세와 국세의 비중을 4:6으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문 후보의 공약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두 후보 인식은 비슷
공약을 살펴보면 박 후보는 지방선거에서 기초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모두 배제 한다고 공약했다. 시·군·자치구 통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통합은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당공천과 관련해 문 후보는 기초지방의회의원에 대해 정당공천은 배제해야하지만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은 허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방재정에 대해서는 자치과세권 근거 마련과 지방세 확대 등 획기적 재정분권, 지방교부세 규모 확대 및 분권교부세 제도 개선, 사업별 국고보조금을 포괄보조금으로 전환 등을 공약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지방재정과 관련해서 양후보는 모두 지방세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데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지방소비세와 지방교부세인상, 국고보조율 인상에 대해서는 둘의 의견이 일치하지만 문재인 후보가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지방재정과 관련 두 호부 모두 지방세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재정조정제도에 중점을 두게 될 경우 지방의 자립성과 자기책임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고 중앙에 대한 의존성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조금씩 미흡.."학계에서 다 나온 것들"
전국시도지사협의의 평가는 조금 더 매섭다.
후보들은 수도권-비수도권간 지역격차 해소와 시·도별 다각적인 발전전략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그동안 학계와 실무계에서 꾸준히 나온 정책대안들이 대부분이라는 게 협의회의 주장이다.
협의회의 분석에 따르면 문 후보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서로 다른 차원에서 논의돼야 하는 점을 놓치고 있다.
둘의 상관관계는 다분히 존재하지만 지방분권은 현재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는 각종 행·재정적 권한을 수도권, 비수도권 구분 없이 전국 모든 지방정부에 배분해 지역 특성에 맞는 제도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균형발전은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도시지역과 농촌지역간, 부자지역과 낙후지역간 격차를 좁혀 전국을 평준화 한다는 것이 기본 논리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역할이 강조돼 지방의 자율성이나 독창성을 보장하는 지방분권에 역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문 후보의 공약은 시의적절했지만 두 제도의 관계를 충분히 고려해 상호 구분된 구체적·세부적 정책공약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연방제 수준의 강한 지방분권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실천계획이나 구체적인 공약은 미흡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박 후보에 대해서는 중앙집권적 대통령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방이 바라는 '분권' 관련 공약이 너무 약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실장은 "박 후보는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난 20여 년 동안 학계·정계·시민사회계의 꾸준한 지방분권 요구와 해외 선진국들의 사례를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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