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아파트 시행사가 당초 입주예정일을 맞추지 못해 입주예정자에게 '약정해제권'이 생겼더라도, 해제권을 행사하지 않는 동안 입주가 가능해졌고 시행사가 이를 통보했다면 해제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합의 28부(재판장 김흥준)는 일산 식사지구 S아파트 수분양자 799명이 시행사 D건설 등을 상대로 낸 3건의 분양대금반환 등 청구소송에서 예정된 입주기일이 지난 직후 해제권을 주장한 22명에 대한 수분양자들에 대해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D건설이 입주지정기간을 다시 지정해 통보한 뒤 분양계약 해제를 주장하며 대금을 반환해달라고 청구한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먼저 "당사자간에 명시적인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해제권이 발생한 이후 채권자가 해제권을 행사하고 있지 않은 기간 동안에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면 지체된 채무가 정기행위와 같이 기한의 준수가 중요한 의미가 없어 해제권이 소멸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원고들은 시행사가 2011년 3월 31일까지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 상태를 제공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약정해제권을 사용했으나, S아파트의 공사진행 정도 및 사용 승인절차 경과에 비춰볼 때 원고들이 해제 의사표시를 할 때 까지 S아파트의 입주가능상태 제공 의무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게 명백해 보이지 않는다"고 고 판시했다.
다만 "원고들 중 22명은 약정해제권이 발생한 다음, 시행사가 2011년 3월 31일 입주가능상태를 제공하기 전에 '해제 의사표시'를 한 만큼 청구를 인용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분양계약서에 입주준비기간에 관해 명시적 합의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입주지정 기간 개시일로부터 15일 전에 입주지정통보를 발송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분양계약서에서 입주준비를 위한 기간에 관해 명시적 합의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분양계약서상 및 실제 생활상의 입주절차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입주준비기간 동안에는 중도금대출 전환 내지 상환, 분양잔금 대출, 이사용역 계약, 체결, 전학 등 거주 이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조치가 이뤄지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단적으로 법률관계가 형성되는 경우에는 입주가능상태의 제공시점을 통일적 기준에 따라 획일적으로 확정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시행사가 입주지정개시일로부터 15일 전에 입주지정통보를 발송하면 된다"고 판시했다.
일산식사지구 S아파트 수분양자 799명은 시행사 D건설이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 내에 입주할 수 있는 상태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분양계약 해제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당초 원고들의 입주예정일은 2010년 12월이었는데 공사가 지연돼, 시행사는 이듬해 3월 31일부터 5월 29일을 입주지정기간으로 정해 15일 전 입주지정통보를 했다.
서울고법에서 3건을 병합해 진행된 이번 사건은 소송가액만 4000여억원에 이른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1심은 2건에 대해 '시행사가 2011년 3월 31일까지 입주할 수 있는 상태를 제공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해제권이 발생한 이상 그 후 (입주지정기간 통보)채무를 제공했더라도 약정해제권은 소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나머지 1건을 심리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시행사가 2011년 3월 31일까지 입주할 수 있는 상태를 제공했고, 다소간의 입주 지체는 경미한 채무 불이행에 불과해 이를 이유로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항소심과 같은 취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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