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자, "네이버도 모자라 국민은행도 모셔야"
KB국민은행 부동산서비스 강화에 강력 반발
2012-11-20 16:05:59 2012-11-20 16:07:50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골목 상권인 중개업시장에 대기업이 하나둘 발을 내딛고 있다. 이미 네이버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중개업자에게 광고비를 쥐어짜내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KB국민은행이 부동산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한달에 한건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기도 쉽지 않은 부동산 불황기 영세업자인 중개업자는 불편하기만 하다.
 
KB국민은행은 부동산토탈상담 ‘KB부동산 R-easy’를 서비스하고 있다. ‘KB부동산 R-easy’는 매입→ 개발→ 관리→ 처분으로 진행되는 부동산 라이프 사이클 전 단계에 걸친 자산관리 토털서비스로, 축적된 부동산 DB를 활용해 맞춤형 부동산 정보와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은 부동산에 대한 일반적 상담은 물론 자산 재설계, 개발·리모델링 등 가치상승 서비스, 대출상담 지원 서비스 등 부동산과 금융이 결합된 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업계 1위 은행의 부동산 서비스 강화에 현장 중개업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부동산중개업과 은행의 업무는 각각의 고유영역이 있는데도 은행이 개인사업자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며 “서비스 중단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모든 가용방안을 강구하고 8만4000여 회원과 연대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KB국민은행은 “은행은 중개업을 할 수 없으며 중개업 진출 계획도 없다”며 “고객이 부동산을 쉽게 거래할 수 있는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으로 실제 중개행위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중개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경계감을 보이고 있다.
 
반포동 중개업자는 “은행이 실제 중개를 할 수 없겠지만 대형은행의 시스템에 종속돼 은행이 맞춰주는 고객에 대해 계약서만 작성하는 단순한 일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중개업자는 고객을 찾기 위해 또 하나의 대기업을 하나 모셔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중개업계는 초대형 포털인 네이버를 ‘슈퍼갑’으로 모시고 있다. 인터넷에서의 절대적 영향력을 내세워 네이버는 이미 부동산 중개시장을 장악했다. 부동산 광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점한 네이버는 유래없는 부동산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광고료를 올리며 중개업자를 쥐어짜고 있다.
 
네이버는 1단지 1업소로 독점적 광고지위를 주던 프리미엄회원을 1단지 2~3개업소로 확대했다. 한 업소가 독점적으로 나오던 프리미엄회원 자리는 2~3개 업소가 돌아가며 쓰고 있다. 이렇게 프리미엄회원의 광고력은 약화됐지만 광고비는 오히려 상승하며 중개업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실제 강남에 한 대단지 아파트는 2008년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 초창기 200만원이었던 프리미엄회원는 이듬해 2곳으로 늘었지만 회원비는 500만원으로 올랐다. 현재는 프리미엄회원 3곳에 회원비는 11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곳에 중개업소 관계자는 “혜택을 반감되는데도 돈은 더 내라니 광고권은 중개업소가 사는데 중개업소가 을이다”며 “요즘 중개업소를 방문하거나 전화문의하는 대부분의 고객이 네이버와 같은 포털을 이용하기 때문에 중개업자 입장에서는 광고를 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동부센트레빌. 총 805가구로 구성된 이 아파트 단지에는 13곳의 중개업소가 있다. 13곳 모두 네이버 부동산 회원업소다. 네이버가 없이는 영업이 힘들 정도까지 시장 영향력을 확장했다.
 
업소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광고가 필요하지만 불황기 네이버의 횡포는 도를 넘었다는 불평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 중개업자는 “네이버가 아니면 계약서 한번 작성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울며겨자 먹기로 해야한다”며 “요즘같은 불황기 부동산시장에서 돈버는 회사는 네이버 부동산 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기업의 상생 미덕에 대해 아쉬워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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