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보험료 카드결제를 의무화하겠다는 금융감독원의 방침에 금융위원회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미 신용카드 결제대상이 규정돼 있는 데다 ‘장래의 불확실한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을, 신용카드로 일종의 외상거래를 한다는 것은 보험의 원리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소비자의 편의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카드결제는 반드시 의무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어 금융 당국 간 한판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30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말께 생명보험사 7곳과 손해보험사 7곳을 불러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자동납부 받지 않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금감원은 "소비자들이 보험료를 낼 때 매번 창구를 방문하거나 직접 전화를 해야하는 불편이 있어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앞으로 보험 가입자들이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낼 때 불편한 점을 해소하라"고 통보했다.
현재 18개 주요 생보사 중 카드 납부를 허용하고 있는 곳은 동양, 신한, 흥국생명 등 9개사로 대부분 중소형 생보사들이다.
대형 생보사인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을 비롯해 푸르덴셜·ING·PCA생명은 카드 결제를 받지 않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과 카디프생명은 과거에 판매한 보장성 보험만 카드 결제가 가능하고, 삼성생명과 NH농협생명은 저축성 보험을 제외한 보장성 보험만 카드 결제를 받는다.
반면,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장기손해·일반보험 모두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신용카드 수납비율도 2011 회계연도 원수보험료(61조4267억원)의 17.8%를 차지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현재 소비자들의 보험료 납부 방식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방안을 계속 추진중에 있다"면서 "수수료 문제로 업계의 반발이 많지만 업계 카드와 보험업계 간 협의를 통해 빠를시일내 실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신용카드 결제를 의무화 시키는 것은 원칙적으로 보험업법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신용카드 결제대상이 규정돼 있는 상황에서 보험업법에 이를 중복 규정하는 것이 법 체계상 맞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사와 카드사가 합의점을 찾아 알아서 해야 할 일이지 이미 신용카드 결제대상이 규정돼 있는 상황에서 감독당국이 개입해 강제 조항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특히 저축성보험까지 카드결제를 허용하라는 것은 예금이나 적금, 주식 대금 등도 카드결제를 가능하게 하라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독원에서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지만 카드결제가 의무화되면 결과적으로 보험사들의 늘어난 카드수수료로 인해 소비자들은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것을 간과한 것 같다"며 "결국 이득을 보는 것은 보험업계도 소비자도 아닌 카드업계 뿐인데, 금융계를 감독하는 기관이 특정 업계에게 혜택을 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강기윤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지난 7월 "보험료를 납부할 때, 신용카드나 전자결제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 보험계약자의 불만을 낳고 있다"며 보험료납부대행기관을 통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른 신용카드·직불카드·전자화폐 등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에 발의된 법안에 대해서도 금융위는 보험료 카드결제 의무화가 원칙적으로 보험업법의 원리에 부합되지 않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 표명을 한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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