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폴리실리콘 가격이 3주째 20달러 이하를 기록하는 등 날이 갈수록 태양광 업계의 사정이 악화하고 있다.
특히 생산원가가 20달러 초반대로 추정되는 선두 기업마저 가격 하락세에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당분간 폴리실리콘 업게 전반에 성장통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5일 태양광 가격조사기관 PV인사이트에 따르면 10월 첫째주 폴리실리콘 스팟 거래 평균 가격은 kg당 19.65달러를 기록했다. 전주에 비해 0.01% 소폭 감소한 수치다.
지난달 셋째주(9월19일) 처음으로 19.85달러를 기록하며 20달러 선이 붕괴된 이후 3주째 내리 10달러대 후반을 기록했다.
문제는 가격 하락 추세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햄록, 바커, OCI 등 폴리실리콘 제조 선두 업체들마저 밑지는 장사를 해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중순 30달러 선이 무너졌을 때만 하더라도 제조원가가 20달러 초반으로 추정되는 글로벌 선두 제조사들은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순도 제품을 대규모로 생산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7개월 만에 상황은 급반전했다. 각 업체들이 너나할 것 없이 대규모로 재고 소진에 나서면서 선두 기업들 역시 예외없이 곤두박질 치는 가격 폭락 앞에서 무릎을 꿇는 모습이다. 치킨게임을 위해 물량공세에 나서면서 출혈경쟁만 가속화 됐다는 평가다.
세계 1위인 중국의 GCL이 6만5000톤, 미국 햄록 4만6000톤, OCI와 독일 바커가 각각 4만2000톤, 노르웨이 REC 1만8500톤 등 이들 상위 업체의 올해 총 생산능력만 21만3500만톤에 달한다.
업계는 올해 폴리실리콘 수요를 32만톤으로 추정하는데, 상위 5개 업체들이 3분의 2 이상의 물량을 생산해 낸다는 얘기다. 여기에 기존 재고까지 포함하면 수요를 앞선 공급 과잉현상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 DAQO와 GCL, 햄록과 바커, 그리고 OCI와 한국실리콘 등 일부 업체만 생산량을 조절하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태양광 업체들에 대출 환수 조치에 들어가면서 재고가 나오는 것도 가격을 떨어뜨리는 큰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대출금 상환 압박에 몰린 중국 업체들의 물량 밀어내기에 따른 현상이 일단락되는 내년부터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반대로 업계에 혹독한 구조조정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현상 유지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박기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거래되는 폴리실리콘 가격으로는 어느 업체도 이익을 낼 수 없는 형편이지만 사업에서 발을 뺀 업체들은 아직 뚜렷히 보이지 않는다"며 "당분간 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단기간의 업황 회복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중소형 업체들이나 한국의 웅진폴리실리콘 등 일부 업체들이 가동 중단에 들어갔지만 이를 완전한 의미의 구조조정으로 보기엔 무리라는 설명이다.
한편 폴리실리콘 가격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20달러마저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국내 1위 업체인 OCI의 3분기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증권가에서는 OCI가 3분기 폴리실리콘 사업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OCI가 3분기 폴리실리콘 부문에서 18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고, KTB 증권 역시 134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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