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지난 1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조치(QE3)를 발표했지만, 미국 안팎에서는 통화정책 외에 실질적인 재정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연말로 다가올 미국의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가 크다.
세계경제의 중심축인 미국에서 갑작스런 재정지출 감소로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는 '재정절벽'(fiscal cliff)이 발생할 경우 아직 유럽재정위기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세계경제도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급기야 벤 버냉키 FRB의장도 19일 미국 의회를 방문, 의원들과의 비공개면담을 통해 재정절벽 차단을 위한 정치권의 노력을 당부하고 나섰다.
버냉키 의장은 앞서 QE3 발표 때에도 "통화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 의회가 경기회복을 도울 수 있는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美 지출, 연말 6000억 달러 사라져
재정절벽은 미국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시작되는 예산자동삭감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각종 감세와 경기부양책의 종료로 미국의 재정지출이 대규모로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1년 8월 결정된 예산관리법은 2021회계연도까지 재량지출의 상한을 설정해 놓았고, 2013년 1월 1일부터 예산이 자동적으로 감축되도록 하고 있다. 부시정부가 만들어 놓은 각종 감세안도 올해말에 모두 종료된다.
이렇게 예정된 재정긴축규모만 6000억달러에 육박한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에 달한다.
집행하던 예산이 갑자기 급격하게 줄어들면 금융위기 이후 겨우 되살아나고 있는 미국경제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의회예산처에 따르면 재정절벽 발생시 미국 GDP 성장률은 내년 상반기에 -1.3%, 하반기에는 2.3%를 기록해 연간으로는 0.5% 성장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 韓경제에도 치명타.."美 정치권, 공멸 선택하지 않을 것"
미국경제가 추락하면 한국경제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대미수출의존도는 전체 수출규모의 10%가 넘는다.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20%를 차지하는 미국경제의 위기는 미국과 교역규모가 큰 유럽과 중국, 일본 등의 위기로 이어져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럽재정위기가 안풀리고 있고, 중국의 경착륙 우려도 있는데다, 미국의 재정절벽까지 온다면 세계경제는 살아나기 힘든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거대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게 중론이다.
재정정책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방법론에서 차이를 보이고는 있지만, 양쪽 모두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미국 경제의 추락을 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미 8월에 양당 지도부가 현재 예산안을 6개월 연장하는 임시예산안에 합의했고, 소득세 감면혜택 연장안도 하원의회를 통과했다.
문제는 상원을 통과할때까지의 정치적 마찰이 합의를 방해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이경희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재정절벽의 현실화 가능성은 아주 낮다"며 "현실화 되면 미국경제에 굉장한 영향을 미치는 데 대선을 치러야 하는 정치권이 그것을 그냥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도 미국 재정절벽의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미국경제는 회복 속도가 느린 편인데, 가장 큰 위험요인인 재정절벽은 회복시점에서 고꾸라지게 만드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미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대형 위험요인을 그대로 놔 둘 수가 없다. 12월30일 이전에 합의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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