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글로벌 통화정책에 동참했다.
한은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 기준금리를 지난달에 이어 3.00%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2.75%에서 3월 3%, 6월 3.25%로 3번에 걸쳐 0.25%포인트씩 인상했으나, 6월 이후 12개월 연속 동결했다. 하지만, 지난달 3.00%로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13개월만에 통화정책에 변화를 줬다.
전월과 마찬가지로 인하 요건이 부각된 상황에서 이번 기준금리 동결에는 지난달 인하의 정책 효과를 한번 지켜보자는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기준금리 추이>
유로존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국내경기 둔화 압력이 이어지는 점은 기준금리 인하 요인이다.
실제로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대비 2.4% 성장에 그치며 3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국내경기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3.00% 달성도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수출은 33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고, 무역수지는 반토막 났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8% 감소한 446억2200만달러, 수입은 5.5% 줄어든 418억7600만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는 불황형 흑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지속되면서 국내경기 둔화는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한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한 뚜렷한 의견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 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나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구체적인 정책 대응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2개월 연속으로 앞장서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미영 신영증권 연구원도 "국내경제 지표가 악화되면서 인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일단 한은은 ECB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현재 기준금리가 낮은 수준인데다 인하 단행이 자칫 시장에 경기가 부진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금리 동결에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내 기준금리는 기본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한은이 연달아 공격적으로 인하를 감행하는 것보다 다음달 FOMC의 정책 변화를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성욱 KTB 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면 통화당국이 의도한 이상의 메시지를 시장에 퍼뜨릴 가능성이 있다"며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정책 파급 효과를 고려해 동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을 전망한 수치인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지난달 3.6%로 여전히 높은데다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상승 요인이 존재하는 점도 기준금리 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현재 경제심리가 얼어붙어 금리 하락에 따르는 경제적 효과가 예상만큼 크지 않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와 소비자 생활물가가 여전히 높고 국제 곡물가 상승 우려가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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