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재계가 배수진을 쳤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절박감이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6일 오후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새누리당이 전날 경제민주화 3호 법안을 발의한 직후다.
당내 개혁파 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대기업의 순환출자로 형성된 가공의결권을 제한하는 한편 신규 순환출자에 대해 금지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아직 당론으로 결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김종인, 이혜훈 등 박근혜 캠프의 정책 좌장들이 주도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
순환출자 금지는 지배구조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재벌개혁의 요체다. 재계 1위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동부 등 국내 상위기업 대부분이 환상형 출자구조를 이루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와 재벌닷컴 등 조사기관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많게는 1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어야만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비용 문제와 더불어 총수의 의결권 제한도 재계로서는 감당키 어려운 내용이다. 특히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이 마치 야권과 재벌개혁 수위 경쟁을 하듯 잇달아 강경 법안들을 내놓는 것에 경악하는 분위기다.
한 그룹사 관계자는 7일 “아무리 대선이 눈앞에 있다 해도 어느 정도 현실성 있는 정책들을 내놔야지, (대기업들을) 죽이지 못해 안달 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사 관계자는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이 범죄집단이냐”며 “반기업 정서를 정치권에서 부추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그룹들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부글대는 속내를 감추지는 않았다. 한 그룹의 고위 임원은 “더 이상 밀릴 곳도 없다”며 “공정거래법 (강화) 정도로 묶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강도가 세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여야는 순환출자 금지는 물론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금산분리 강화, 지주회사 규제 강화, 하도급법 개선, 법인세 인상 등을 예고하며 대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전경련의 미덥지 못한 대처에 대한 불만도 내놓고 있다.
한 그룹사 관계자는 “어제 기자회견의 경우 경제본부장이 나설 게 아니라 회장단 소집 등 수뇌부의 직접적 대응이 있었어야 했다”면서 “투자와 일자리 등 기존 논리에서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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