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LG전자(066570)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그룹 내 맏형에 걸맞은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2분기 기준)에 있어 화학에 밀린 것도 모자라 생활건강에까지 위협당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시가총액 역시 이미 1위를 화학에 내준데 이어 2위 자리를 놓고 생활건강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룹을 대표하는 간판스타에 어울리지 않는 '수모'인 셈이다.
LG전자가 이처럼 추락한 데는 스마트폰 역량 부재가 첫손에 꼽힌다. TV를 비롯해 냉장고, 에어컨 등 일반 소비가전은 '명가'로서의 위상을 보여주며 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35.1% 급감했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반사이익이 컸던 것을 감안하면, 올 2분기 실적은 화학업체 중에서 가장 선방했다는 평가다.
LG생활건강도 승승장구하며 그룹 내 2인자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분기 영업이익이 11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9% 늘어나는 등 2005년 1분기 이후 30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LG전자는 매출액 12조8590억원, 영업이익 349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폭이 화학이나 생활건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무엇보다 모바일에서 또 다시 적자로 돌아서며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화학·생건 '탄탄한 성장세'..전자 '등락 반복'
연결기준으로 최근 3분기 실적에서도 3사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 5조6052억원, 영업이익 5067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는 매출액 5조7531억원, 영업이익 459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22조6819억원으로, 처음으로 매출액 20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전방산업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LG생활건강 역시 연간 매출 3조원과 영업이익 4000억원을 돌파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생활용품, 화장품에 이어 음료사업의 연간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서는 등 전 사업부에서 고른 매출을 기록한 덕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액 8301억원, 영업이익 7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2%, 10.8% 증가했고, 올 1분기에는 매출액 9702억원, 영업이익 1304억원으로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13조81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3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연간 영업이익이 280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8.9% 증가했지만 매출은 3% 줄어든 54조256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 12조2279억원, 영업이익 448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은 약 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43% 늘었다. 3분기 연속 매출은 쪼그라들고, 영업이익은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이다.
◇생건에까지 '위협'..맏형 위상은 어디에
이는 시가총액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생활건강은 지난 19일 시가총액 9조5740억원을 기록하며 전자(9조2788억원)를 처음으로 따돌리는 이변을 연출했다.
31일 현재 유가증권 시장에서 (주)LG를 제외한 시가총액은 LG화학(20조6766억원), LG전자(10조1462억원), LG생활건강(8조9648억원)의 순이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전자와 생활건강, 양사 간 시총은 1조1814억원의 차이가 나지만 주가에 따라 언제든 추월이 가능한 범주에 있다는 분석이다.
'맏형의 굴욕'은 모바일에서 비롯됐다. 휴대전화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를 제외하면 지난 2010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8분기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벽에 가로막혀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과거 피처폰 전성시대를 구가했던 위상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문제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TV와 냉장고, 에어컨 등이 적자로 돌아선 휴대폰 사업의 구멍을 메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데 있다. 그룹 안팎의 위상도 덩달아 추락하는 모습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애플의 양자구도는 날이 갈수록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LG전자로서는 틈바구니를 헤집고 들어갈 수 있는 회심의 일격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반전은 시장구도를 변화시킬 대박폰의 출현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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