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의장직을 수행하던 강기갑 대표는 "어떻게 대표에게 꼼수를 쓴다고 그러느냐"며 폭발하고 말았다.
구 당권파는 25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중앙위에서 추천직 중앙위원 인준의 건을 뒤로 미루고, 현장에서 발의한 이석기·김재연 의원 중앙위원 자격 관련의 건 등을 먼저 처리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구 당권파가 선출직·당연직 중앙위원 84명 가운데 근소한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 강 대표가 추천하는 중앙위원 10명이 더해지면 표결에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어려운 것이 이유다.
이에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중앙위는 6시간이 넘도록 안건조차 상정하지 못하고 혁신파와 구 당권파 양측의 언성만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상규 의원이 토론을 중단하고 회순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표결에 부치자는 구 당권파의 주장을 받지 않고 있는 강 대표에게 "꼼수를 부린다"고 지적하면서 강 대표가 폭발했다.
강 대표는 "국민들과 당원들이 생방송으로 보고 있는데 여기가 어디라고 꼼수라고 하느냐"며 "솔직히 이번 당직선거를 통해 나타난 결과가 뭐냐. 그런데 오늘 올라온 현장발의 안건을 봐라. 이게 뭐냐. 거기에 꼼수까지 나오는데 회의가 진행이 되겠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 의원에게 "사과하라"며 "어떻게 대표에게 꼼수를 쓴다고 그러느냐"고 촉구했다. 이에 구 당권파 중앙위원들이 극렬하게 반발하며 "회의나 진행하라"고 말하자 "안건을 올려야 진행을 하지"라고 쏘아붙였다.
강 대표는 그래도 분이 삭히지 않는 듯 발언을 요청하는 중앙위원들을 뒤로 하고 "10분 동안 정회를 하겠다"고 선언한 뒤 회의장을 나갔다.
그러자 회의장 밖에서도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강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구 당권파 의원들에게 따지고 나선 것.
일부 당원들 사이에서는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모습도 연출됐다. 지난 5.12 중앙위 폭력사태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날 중앙위가 녹록치 않을 것임은 이전부터 예견이 됐다. 구 당권파가 추천직 중앙위원 인준에 앞서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총체적 부정·부실'의 비례경선 진상조사보고서를 뒤집는 시도를 할 것으로 관측된 탓이다.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을 반대하고 있는 구 당권파로서는 그러한 전략으로 나서야 두 의원 사퇴의 근거가 되고 있는 5.12 중앙위의 경쟁명부 비례후보자 총사퇴 결의안을 폐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도부와 구 당권파 중앙위원들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중앙위는 안건 상정조차 하지 못한 모습으로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오후 9시까지인 회의장 대관 시간도 종료를 앞두고 있으며, 마땅한 다른 장소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중앙위와 26일 오전 8시에 열리는 제명 의원총회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을 매듭짓고 혁신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려던 강기갑 지도부로서는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구 당권파가 심상정 의원이 당선된 원내대표 선출 선거도 하자가 있다는 무리수까지 던지며 고집을 부리고 있기는 하지만, 안건을 상정조차 못하게 된 것은 강기갑 지도부에도 '무능하다'는 오점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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