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지난 19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이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한 것을 놓고 지지자들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20일 현재 각종 SNS와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지지자들 사이에서 문 의원의 인터뷰를 놓고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과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 맞부딪치고 있다.
문 의원이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과 강하게 맞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론관과 정면으로 배치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문 의원 캠프 내에서도 찬반 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이 조중동의 문제를 제기한 것은 그들이 언론 본연의 역할이 아니라 직접 특정 세력을 위해 선수로 뛰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한국 사회의 기득권세력과 결탁한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문제는 단순히 언론 인터뷰에 응해주는 문제가 아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대다수는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인데 특정 성향을 가진 언론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것은 편협하게 비춰질 수 있다"며 "인터뷰 내용을 왜곡하지 않고 제대로 보도한다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배경 속에서 문 의원의 조선일보 인터뷰가 나가자 지지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비판적 반응이 속속 올라오자 조국 서울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후보가 조선일보 대권주자 연속인터뷰에 응한 것 때문에 진보파 네티즌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나 보다. 문 후보 등 야권 주자는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지 말아야 할까? 평시 때는 모르나 선거 시기 그런 요구는 과도하다고 본다. 조선 독자의 다수는 야권 후보를 안 찍겠지만, 10%라도 확보해야 한다. 선거는 안티조선운동과 다르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 당시 노 전 대통령과 언론 간의 불편한 관계에 대한 문답에 민감한 반응들이 나왔다.
문 의원은 "노무현 정권 때 불편했던 언론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조선일보 기자의 질문에 "참여정부 때 언론자유가 최고로 신장됐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일부 언론과의 사이에 정상적이지 않았던 관계는 해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언론을 공평하게 대할 것이다. 언론도 우리를 공평하게 대해주길 바란다. 일단 백지에서 시작해보려 한다. 언론이 대선에서도 공정한 심판자로서 역할을 해주길 부탁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
www.knowhow.or.kr)'에서 '빙아리'라는 별명을 사용하는 지지자는 "상대가 조선일보이기 때문에 무조건 인터뷰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아니다"라며 "적어도 인터뷰 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문재인 고문이라면 조선일보 인터뷰는 좀 달라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어떤 분의 지적처럼 '어떤 기사들을 썼던 조선일보인데…. 그 따위 짓거리를 하고도 사과 한 마디, 반성하나 없는 조폭 언론인데' 그런 부분에 대한 언급 없이,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건 아니다 싶었다"며 "인터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인터뷰 내용이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토끼남자'라는 별명을 사용하는 지지자도 "그들이 '우리'가 공평하게 대한다고 해서 '우리를' 공평하게 대할 언론들인가. 지금까지 온갖 편파로 지면을 떡칠을 해온 그들이 대선에서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며 회의적인 의견을 보였다.
트위터 상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찬성과 반대 글이 무수한 알티(RT)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문재인 대권후보의 조선일보 인터뷰가 말이 많다. 안티조선과 대통령 선거운동은 다르다. 희망이 있는 자는 일순간의 치욕을 참을 수 있다. 조선일보를 보는 몇 프로의 유권자라도 건져야 한다. 정권교체는 표로 이야기한다"는 글을 널리 퍼트리고 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문재인이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참여정부 때 일부 언론과의 사이에 정상적이지 않았던 관계는 해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언론을 공평하게 대할 것'이라 말했다. 노무현 엿 먹이는 방법도 가지가지군요. 이런 사람이 비서실장이었답니다"라는 글을 퍼트리며 맞서고 있다.
마침 문 의원의 조선일보 인터뷰가 게재된 19일 '사람사는 세상' 홈페이지에는 이건 작가와 박운음 화백이 연재하고 있는 '한삽한삽 노공이산'이라는 제목의 만화에 노 전 대통령의 언론관을 보여주는 그림이 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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