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은성기자] 기업인수목적회사(이하 스팩)가 우리나라 시장에 도입된 지도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막상 처음 도입 때의 기대감과는 달리 스팩시장은 잇따른 합병실패, 합병 후의 주가 부진 등이 부각되며 점차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주식시장에서 스팩이 없어지는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주식시장에 상장된 모든 스팩의 주금납입일이 2010년으로 청산일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신규 상장되는 스팩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주식시장에 상장된 스팩은 총 22개다. 이중에 합병에 성공한 스팩은 6개, 합병을 결정해 현재 상장예비심사청구에 들어간 스팩은 1개다.
스팩은 일반공모 납입일(IPO) 이후 3년 이내 합병 실패 시 해산되기 때문에 결국 합병에 성공하지 못한 스팩 15개의 청산일은 내년으로 다가왔다.
문제는 스팩의 존립기한 6개월 전까지 합병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관리종목 지정 후 1개월 이내에도 이 심사를 청구하지 않으면 상장폐지기준에 해당, 퇴출 시기는 생각보다 빠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대우증권스팩(121910)의 발걸음은 빨라질 수 밖에 없다. 대우증권스팩은 지난 2010년 2월25일이 주금 납입일로 청산기준일이 2013년 2월25일이다. 만약 다음달 25일까지 합병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그 다음달인 9월25일에는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듯 상장된 스팩들의 청산시기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합병에 대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히든챔피언스팩1호(123160)만이 현재 엔바이오컨스를 대상으로 합병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스팩을 통해 상장을 추진했던 한 기업 관계자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스팩을 우회상장하는 기업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심지어 거래소에서도 약간 문제가 있는 기업이 아니냐는 인식으로 우리 회사를 평가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스팩 합병에 대한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합병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최대주주가 회사의 좋고 나쁨을 따지기 보다는 스팩의 주가 수준만 놓고 합병을 결정하는 듯 했다"며 "애초의 공모가보다 당시 스팩의 주가 수준이 낮으면 무조건 반대라는 식"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러한 인식을 앞세워 합병이 요원한 가운데 신규로 상장이 되는 스팩도 전무하다. 한양BHE스팩, NH제1호스팩, HMCIB제2호스팩 등은 지난해에 상장예비심사 승인까지 받았지만 상장철회를 결정했다.
당시 한양BHE스팩은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워 공모를 철회한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합병에 성공하지 못한 스팩들은 애로 사항이 많을 것”이라며 “스팩 1호가 성공하지 못하면 결국엔 2호도 시도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스팩 1호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나와야 투자자들이 공모에 참여하겠지만 합병 시키지 못했거나 합병만 시켜놓고 성과가 없으면 스팩 2호는 나오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이 관계자는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도 스팩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그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스팩이 좀 더 활성화되려면 단순히 합병방식만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시장과 같이 인수를 통한 방식도 허용하는 등 그 규제를 더욱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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