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총파업 쟁위행위 찬반투표가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되면서 금융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지난 2000년 7월 이후 12년만이다.
금융노조는 이번 총파업이 사회적 약자 보호와 사회공헌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합법적인 파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권 노동자들이 고객의 불편을 외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합원 86% 투표참여 91% 찬성..'정부에 대한 분노 표출'
금융노조는 13일 서울 중구 금융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1일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결렬에 따른 전체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91%의 찬성률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표에서는 총 조합원(9만3042명)의 86%(8만397명)가 참여한 가운데 7만3387명(91%)이 찬성에 표를 던졌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여름 휴가철에 은행들의 각종 교육과 연수가 많은 상황에서 전체 조합원 86%가 총파업 투표에 참여했고, 91%가 찬성표를 보냈다"며 "사용자와 정부에 대한 10만 금융산업 노동자들의 실망과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이번 임단협의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오는 30일 하루 동안 총파업을 벌이고, 이후 사용자와 정부의 성의 있는 타결책 제시가 없으면 오는 8월13일 2차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2차 총파업 이후에도 변화가 없을 경우엔 총파업, 태업 등 강도 높은 투쟁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금융노조는 임단협에서 ▲대학생 20만명 대상 학자금 무이자 대출 지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청년실업해소와 노동강도 완화 ▲2015년까지 비정규직 철폐 ▲정년연장과 양성평등 제도 개선 등의 사항을 요구했다.
◇금융노조 "망가지는 韓 금융산업 바로 세우기 위한 명분있는 투쟁"
금융노조는 올해 임단협의 목표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공헌사업을 강화하는 명분있는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망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금융산업을 바로 세우기 위한 점을 부각시켰다.
금융노조가 대한민국 금융산업을 언급한 배경에는
우리금융(053000)지주 민영화, 농협 MOU, 산업은행 IPO가 자리잡고 있다.
김 위원장은 "어윤대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와 우리금융 인수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어윤대 회장 그리고 청와대는 대한민국 금융산업을 파탄내고 대량 해고를 촉발하는 메가뱅크 음모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관치금융인 농협 양해이행각서(MOU)는 무조건 폐지돼야 한다"며 "국가 중요 정책금융을 집행하는 산업은행을 외국자본이나 사모펀드에 팔겠다는 산업은행 IPO도 도저히 있을 수 없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금융노조는 이번 임단협의 여러 요구 사항들 가운데 노사간 타협점을 찾는 내용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중단과 농협의 MOU는 즉각 폐지 그리고 산업은행의 기업공개(IPO) 중단 등 3가지 항목에 대해선 절충점이 없다는 강경한 입장인 것이다.
◇'금융대란' 우려..고객 불편 최소화 방안 없어
문제는 이번 금융노조의 총파업의 최대 피해자인 고객들의 불편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특히, 총파업이 실시되는 30일은 개인·기업 고객들의 결제 자금이 돌아오는 월말로서 은행 업무가 유독 많은 시기다.
금융노조는 이번 파업과 관련돼 대국민 담화문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는 것 외엔 고객을 영업점 최소 인력 배치와 같은 고객을 배려한 방안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용자측은 고객에게 전혀 피해를 입히지 않고 30일 임시휴무에 준하는 조치들을 취할 수 있는 권한이 얼마든지 있다"며 "이미 우리가 다 (총파업) 공표를 했는데 노동자와 노동조합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계속적으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할 것"이라며 "총파업 날짜에 은행 이용을 피해주시고, 필요한 것을 미리 조치를 취할 것을 고객들에게 당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융노조 관계자은 "총파업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전 조합원이 참여해야 한다"며 "요즘엔 개인 고객들도 은행에서 업무를 보지 않고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은행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고객 불편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