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19대 국회 개원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는 오늘도 하루종일 종북 타령에 열심이다.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사태에서 촉발된 '종북' 논쟁은 3일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의 막말 파문까지 더해져 절정에 올랐다.
탈북자 청년과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에게 '변절자'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휩싸인 임 의원은 4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저의 발언과 관련해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브리핑을 갖고 "임 의원의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 해명에 신뢰를 보낸다"며 당 차원의 공식 징계는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은 임 의원의 발언이 세상에 알려지자 즉시 김영우 대변인이 3일 논평을 통해 "임 의원을 비례대표로 영입한 민주당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당사자인 하태경 의원도 4일 오전 YTN라디오 '김갑수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탈북자에 대한 (임 의원) 평소의 적대적인 감정이 분출될 것"이라며 "변절자가 저 개인을 향한 것이었다고 하는데 맥락을 보면 탈북자들 전체를 북한을 배신한 사람들이라고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여기에 주요 3대 보수신문에서도 임 의원의 발언 파장을 다룬 기사를 4일 1면 톱 기사로 다루는 등 통합진보당 구 당권파를 향하던 '종북' 색깔론이 야권 전체를 향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이날 아예 호국 보훈의 달 6월을 맞아 백령도 천안함 위령탑을 방문한 황우여 대표 역시 "탈북자는 대한민국 국민일 뿐만 아니라 자유와 평화의 사도들"이라며 임 의원을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난달 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 폭력사태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며 정가의 태풍으로 떠올랐지만, 사태의 본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이석기·김재연 당시 당선자가 부실·부정경선에 '정치적' 책임을 질 수 없다며 사퇴를 거부하고 버티는 상황이 계속되자 새누리당과 보수언론 등에서 '종북'에 포커스를 맞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의 신임 지도부에서는 지난달 21일 검찰의 통합진보당 압수수색이 이뤄진 뒤부터 연일 민주당을 향해 이·김 의원 제명안을 함께 처리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대선출마를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또 국민들도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며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를 촉구할 정도였다.
이런 와중에 터진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 막말 파문은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는 평가다. 논란의 단초였던 두 의원을 빠르게 처리하지 못한 통합진보당과 임 의원을 영입한 민주통합당 모두 야권을 걱정하는 이들로부터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결국 시급한 민생 현안들에 대한 처리가 조속히 요구되는 시점에서 '종북'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을 만난 19대 국회는 여야의 상임위 배분 신경전과 맞물려 시작부터 파행을 예고하고 있다.
시작도 하기 전 종북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은 18대 국회보다 첫 단추를 잘못 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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