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4년 만에 촛불집회의 불을 밝힌 미국 쇠고기 광우병 파동에도 닭고기나 돼지고기 판매의 반사이익은 없었다. 경기불황과 고물가가 주요 원인이었다.
특히 4~5월은 야외활동이 많은 봄철임에도 소비자들은 육류 소비를 줄이는 등 지갑을 꼭꼭 닫았다. 고물가 상황에서는 외식비부터 줄이는 소비 패턴도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됐다.
15일 국내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최근 육류 판매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쇠고기는 22.5%, 돼지고기는 10.6%, 닭고기는 3.6% 각각 감소했다. 지난해에 비해 전체적으로 육류 소비량이 줄어든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미국 광우병 사태로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물가협회의 5월 둘째주 주요 생활물가 시세표에 따르면 닭고기의 가격은 전주에 이어 지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부산과 대전에서는 생닭 1kg 한마리당 각각 21.6%, 2.6% 내린 4980원, 6800원에 판매됐고, 서울·대구·광주는 일주일 전과 같은 6200원, 6980원, 6880원으로 보합세를 이어갔다. 돼지고기의 가격도 서울과 대구를 제외하고는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하락했다.
미국 광우병 사태로 인한 닭고기와 돼지고기의 반사 이익은 실제로 그 영향이 미미했던 것이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육류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이 줄었다"며 "소득은 줄고, 물가는 높다 보니 소비 자체가 줄었고, 설령 고기를 사더라도 예전과는 다르게 먹을 만큼만 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주부 A씨(52)도 "고물가로 야외에 나갈 때 고기를 사가는 것은 부담된다"며 "경기침체 속에서 가계비 절약을 위해 외식비를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고물가의 영향으로 소비패턴 중 외식비부터 줄였다.
글로벌 정보 분석 기업 닐슨이 최근 조사한 '소비자 신뢰와 지출 의향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가계비를 절약하고자 외식비를 줄였다는 소비자가 64%에 달했다.
경기침체로 가계 소비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은 씀씀이 자체를 줄이는 'S.A.L.T'형 소비를 선호했다. SALT는 세일이용(Sale), 소량구매(A little), 저가선호(Low price), 브랜드 전환(Transfer)의 약자로 '짠돌이' 소비를 뜻한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물가상승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작아진 것이 SALT형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진영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경기부진으로 소득은 줄고 부채는 늘다보니 가계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육류 소비 자체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든 것도 경기부진에 따른 소비침체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은 낮다고 하지만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기 때문에 가계는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외식비부터 줄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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