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사회적 책임 합의문 '베껴' 발표한 은행..의지는?
2012-05-03 19:28:09 2012-05-04 08:11:22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은행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금융당국 수장과의 간담회가 끝나기 무섭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금감원의 협조요청 사항만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권에 더 이상 금융당국의 '약발'이 안 먹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권혁세 금감원장은 지난달 30일 전국 18개 국내은행 수장들을 한 자리에 불러 조찬 간담회를 열고 은행의 사회공헌과 일자리 창출을 당부했다.
 
권 원장은 이 자리에서 ▲불법 사금융 척결 ▲금융소비자 보호 ▲은행의 사회적 책임 준수 ▲전자금융 거래 안전성 강화 ▲가계부채의 선제적 대응 ▲장기 자기자본 확충 및 자산부채 재조정 등 6개 사안에 대해 협조를 요청했다.
 
1시간30분 가량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가 끝나고 권 원장은 먼저 자리를 빠져나오며 "은행들이 곧 합의 사항에 대해 자체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약 2시간 뒤 은행권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은행권, 사회적 책임과 공공적 역할 확대 합의'라는 제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합의문에는 금감원이 요청한 협조사항을 정리해 그대로 따르겠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예를 들어 금감원이 "사회공헌활동 지원 규모를 은행별 수익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확대하고 전담인력·조직 확충 등을 통해 은행별 중점 사회공헌분야를 적극적으로 개발하자"는 협조요청 사항을 제시하자, 은행권은 "사회공헌활동 지원 규모를 은행별 수익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확대하고 은행별 중점 분야 선정 등 차별화된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가겠습니다"라고 발표했다.
 
"청년·대학생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대출로의 전환(6월 시행예정)을 조기 집행해 취약계층의 애로와 원리금 상환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금감원의 요청에는 "6월부터 추진하기로 한 청년·대학생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대출로의 전환을 조기 집행해 취약계층의 애로와 원리금 상환부담을 덜어드리겠습니다"라고 그대로 되풀이했다.
 
금감원이 "IC전환대상 카드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상태이므로 IC카드 전환을 위해 적극적·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요구하자 은행권은 "적극적인 대고객 홍보 등을 통해 마그네틱카드의 IC카드로의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금감원의 요청사항에 대해 은행권은 "(그렇게) 실시하겠다, 노력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로 서술어만 바꾼 채 서로 합의했다며 발표한 것.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은행연합회를 통해 발표한 내용은 아직 보지 못했다"며 술어만 바꿔 금감원 요청사항 그대로 발표하는 것에 대해 "그러면 안되지"라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간담회를 마친지 사흘이 지나도록 은행권 스스로 마련한 후속조치는 찾을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좀 더 기다리면 합의사항과 관련해 은행들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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