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의도는 신선했으나 내용은 고리타분했다.
지난 7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과 쌍방향 소통에 나섰다. 이는 정부부처에서 처음 이뤄지는 시도로 관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국민들과 의견을 주고 받겠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시간 방송이 잡음이 심하고 갑자기 방송이 끊기는 등 기술적인 문제가 많은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한 시간 정도 진행된 대담은 그 어떤 감흥도 없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답하는 내용이나, 위기관리대책회의 등 공식 자리에서 박 장관이 한 발언이나 다를 바 없었다.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고환율 정책을 썼다는 것은 오해다, 유류세 인하는 130달러 이상이 되면 검토해 보겠다' 등 평소 해 온 이야기의 '재탕'이었다.
이날 박 장관은 전세살이의 서러움을 토로하는 등 국민들의 공감 사기에 나섰지만, 이 부분 역시 국민들은 소통이 아닌 강연으로 치부했다.
이날 방송을 본 한 누리꾼은 "지금까지 박재완 장관이 해왔던 말을 한 시간 동안 모아서 플레이 한 것 같다. 강연을 듣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진실한 소통을 기대했는데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라고 평가했다.
대담 전 144건의 질문이 접수됐으며, 대담 중 약 70개의 질문이 더 올라왔다. 이 같은 관심은 국민들이 언론을 통해서만 접했던 박 장관의 정책 기조를 직접 허심탄회하게 듣고 싶어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국민들이 기름값 때문에 힘들다며 유류세를 낮춰달라고 해도 박 장관은 마치 답변 메뉴얼이 있는 듯, 두바이유가 5거래일 이상 130달러를 넘을 때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고유가로 인한 국민들의 생활고가 심해져도 당분간은 그냥 손을 놓고 있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앞서 언급한 전셋값도 마찬가지다. 장관이 전셋값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다면 서민들의 고통은 오죽할까.
진정한 소통을 하려면 '듣는 척'만 하지말고,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지 말고, 서민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내놔야 한다.
설이나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 각 정부부처 장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재래시장으로 향한다. 이번에 박재완 장관의 SNS 대담이 또 다른 '보여주기식 행사'로 끝나지 않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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