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대한민국 쇼핑·패션 1번지 서울 명동이 국내외 SPA(제조ㆍ유통 일괄화 의류) 전쟁터로 떠올랐다.
SPA 빅3인 일본의 유니클로와 스페인의 자라, 스웨덴의 H&M 등 외국계 브랜드들이 터줏대감 역할을 하던 대한민국 쇼핑·패션 1번지 명동에 국내 최대 패션 기업인 제일모직이 자금력과 유통노하우, 자존심을 앞세운 '에잇세컨즈'로 도전장을 던지면서 '명동대전'의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명동은 유니클로(3개 매장)과 자라(3개 매장), H&M(2개 매장)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글로벌 SPA 브랜드만의 격전장에 불과했지만 제일모직의 가세로 글로벌 업체와 국내 업체간의 새로운 전쟁터가 된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에잇세컨즈의 전투력은 토종 SPA 약진을 바라는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25일 토요일 오후 5시께 서울 명
동 에잇세컨즈 매장앞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한산했던 기존 삼성패션 매장을 탈바꿈 시킨 3층 규모의 에잇세컨즈 매장은 전날인 금요일 오픈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매장 입구 앞에서는 직원들이 매장을 빠져나오는 고객 만큼만 입장을 받을 만큼 철저히 소비자 수를 관리하는 듯 보였다.
전날 한꺼번에 고객이 밀려들어 계산대가 복잡한 상황이 발생되자 총 7대의 계산대를 12대로 증설했던 것을 염두에 둔 눈치다.
27일 제일모직에 따르면 명동매장 오픈(24일)이후 3일 동안 입점고객에게 증정하기 위해 준비한 사은품 필통 2만개와 3만원 이상 구매고개에게 증정할 예정이었던 신발 1만개가 개점 이틀(25일)만에 모두 소진될 만큼 수많은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았다.
더욱이 한 시즌을 소화하기 위해 데님(청바지)에 독특한 그림을 손으로 그린 한정판(200매) 역시 소진됐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24일 오픈 후 3일간인) 26일까지 약 8만명, 매출 11억원 정도를 기록했다"며 성공을 자평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유니클로가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오픈한 명동 중앙점의 첫날 매출이 20억원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3일간의 매출 8억원은 성공을 자신하기에는 부족함이 크다라는 것이 패션계 공통된 의견이다.
패션 업체 관계자는 "국내 패션 자존심을 앞세우는 제일모직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삼성 3세인 이서현 부사장이 3년간 공들인 브랜드였다고 홍보했음에도 그 정도의 성과를 기록했다는 것은 기대에 못 미치는 참담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날 에잇세컨즈와 5m도 안되는 인근 건물의 자라와 H&M 매장에는 에잇세컨즈보다는 덜하지만 비슷한 수의 소비자들이 쇼핑을 하고 있었다. 검은 머리 쇼핑객 사이 사이 노랑머리 쇼핑객도 눈에 많이 띄었다.
외국인 쇼핑객을 볼수 없었던 에잇세컨즈를 한국형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이부진 부사장의 자신감은 명동 전장에서 빛을 바랜 모습이었다.
쇼핑객 김미숙(38.여)씨는 "유니클로와 비슷한 규격(사이즈)으로 한국인 체형에 잘 맞는 것 같지만 자라와 H&M보다는 디자인(감)이 부족한 것 같다"며 "한국 시장만 겨냥한 브랜드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다른 쇼핑객 이모(26)씨는 "가격은 저렴한 것 같지만 디자인은 해외 브랜드에 못 미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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