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3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탄생시킨 SPA(제조ㆍ유통 일괄화 의류) 브랜드 에잇세컨즈(8seconds)의 분명한 타킷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내에 들여온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UNIQLO)다.
지난 21일 에잇세컨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제일모직(001300) 임원은 "유니클로보다 트렌디한 장점을 살려 5년안에 따라잡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자금력과 유통력을 앞세워 단기간에 국내 SPA 패션 시장을 장악한 롯데 재벌 2세와 새로운 브랜드로 전쟁을 선언한 삼성가 3세의 한일 패션 승부가 펼쳐지는 것이다.
22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패션시장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트렌드 리딩력 부재, 단조로운 유통 구조의 한계로 인해 새로운 활로를 찾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연이은 글로벌 SPA 브랜드의 국내 진출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패션브랜드의 평균 성장률이 3.9%에 그친 반면, 글로벌 SPA 브랜드는 평균 성장률이 56%에 달하는 등 고성장세를 지속하면서 급속도로 국내 패션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특히 SPA 고공성장에는 유니클로의 한국 진출이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 이면에는 신동빈 회장의 역할이 자리잡고 있다.
유니클로 한국 법인인 FRL코리아는 롯데그룹의 핵심 상장법인인
롯데쇼핑(023530)과 일본 패스트 리테일링(FR)이 각각 49%와 51%로 지분을 투자해 만든 회사다.
은둔형 리더십으로 유명한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05년 9월 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유니클로'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 한국 판매법인 FRL코리아의 공동대표 자격으로 참석할 정도로 유니클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신 회장은 지난 2003년 그룹 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FR를 찾아 “유니클로가 한국에서도 승산이 있다”며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2004년 한국 법인 설립에 이어 2005년 9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인천점, 롯데마트 잠실점에 유니클로 매장을 동시 오픈하는 등 유통공룡의 수장인 신 회장의 도움으로 유니클로는 다른 SPA브랜드에 비해 빠르게 국내시장에 안착했다.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안성수 공동대표이사가 롯데쇼핑 CFD팀장 출신인 점도 신 회장의 의중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유니클로의 성장을 지켜보며 한국형 글로벌 SPA에 대한 관심을 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패션 1위 기업, 선두 기업으로써 일본 브랜드에 잠식당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방안으로 에잇세컨즈를 출시한 셈이다.
이서현 부사장이 가장 강조한 것이 글로벌시장 공략이다.
“(이서현 부사장은)제일모직이 기성복 사업의 효시이고 마켓리더 역할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글로벌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해야할 때라고 보고 이 같은 역할을 할 ‘에잇세컨즈’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제일모직 패션사업 2부문 김진면 상무의 말이다.
이 부사장의 의중을 반영하듯 에잇세컨즈는 유니클로와의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1호점 가로수길, 2호점 명동점 개점 후 3~5호점은 백화점과 쇼핑몰에 입점 시키고 올해 600억원의 매출을 올려 기틀을 마련하고 5년내 유니클로를 앞지르겠다는 포부다.
김진면 상무는 “현재 국내 SPA시장 빅3 중 가장 먼저 진출한 유니클로는 올해도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진출 7년째 접어드는 유니클로의 매장수는 70개로, 향후 3년 정도면 더 이상의 확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5년 내에는 이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자심감을 나타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한판 승부에 패션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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