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롯데손해보험이 한 배터리 업체와 제휴를 맺고 진행하는 이벤트가 위법성 소지가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시중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배터리를 교환해 주고 있지만 현금결제와 달리 카드결제 시 10% 부가세를 내야하며, 현금영수증 발급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벤트 안내문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전혀 고지돼 있지 않다.
또한 특정 배터리 업체와 제휴를 맺어 원가보다 상당히 저렴한 제품을 부당하게 공급,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진 일반 정비업체들은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점포가 '창고'?..창고 보관 배터리 공급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하우머치(롯데손보 온라인 자동차보험)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시중가격의 75% 수준으로 자동차 배터리를 교환해주는 방문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협력업체는 '(주)배터리 파크'로, 롯데손보는 고객에게 보낸 안내 메일에서 '점포방문 시 카드결제가 가능하나, 방문장착 서비스 이용 시에는 현금결제만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점포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아 점포 방문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배터리파크 소속 한 기사는 "점포가 따로 있다기 보다는 물건을 쌓아두는 창고"라며 "점포방문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카드결제는 가능하냐'는 질문에 "카드를 원하는 손님이 있으면 카드 결제기를 가지고 현장으로 나간다"면서도 "카드 결제 시에는 부가세 10%를 지불해야한다"고 답했다.
현금과 카드 결제에 금액차등을 두는 것도 위법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1항 및 3항(가맹점의 준수사항)에는 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금영수증도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
현금영수증 발급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고객센터 직원은 "현금영수증은 발급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후 사업자 등록번호를 요구하자 "원한다면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을 번복했다.
소득세법 제162조 3항에 따르면 현금영수증 가맹점조건에 해당하는 가맹점은 30만원 이상 결제시 의무적으로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하고, 그 미만일 경우 소비자가 요청하면 발급해야 한다. 배터리파크는 현금영수증 가맹점에 해당한다.
롯데손보의 이벤트 안내문은 카드 결제 시 추가액을 내야하고 현금영수증 발급이 제한된다는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롯데손보는 이벤트를 1년 넘게 진행해 왔음에도 이 같은 사실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점포 유무를 확인해 본 결과 점포는 지역마다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이 있다"며 "모든 점포 방문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카드 결제시 10%부가세를 받고 현금영수증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몰랐던 사실"이라며 "협력업체에 조치를 내려 당장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부당한 이벤트로 정비업체만 '죽을 맛'
위법성 영업으로 고객을 속인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롯데손보의 부당한 이벤트로 가격경쟁에서 밀려난 일반 정비업체들의 경영난 가중도 우려되고 있다.
하우머치와 협력을 맺은 배터리 파크는 대량구매가 가능해 시중가의 75% 수준에 배터리를 교환해주고 있지만, 대량구매가 어려운 일반 정비업소에서는 행사성 가격과 동등한 수준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정비업소 B 사장은 "손보사와 협력을 맺은 배터리 업체는 판매량이 많기 때문에 대량구매로 인해 원가를 낮출 수 있는 구조"라며 "하지만 일반 정비업소에서는 대량구매가 어렵기 때문에 시중가의 75% 수준으로 가격을 맞출 수 없는 형편"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현재 진행 중인 이벤트에서는 중대형 승용차 배터리(80AH)를 8만5000원(시중가 12만8000원)에 교환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일반 정비업소에서는 이벤트와 같은 조건의 가격으로 판매할 수는 없는 상황으로 가격 경쟁력이 뒤쳐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시장경쟁 논리상 가격경쟁은 있을 수 있지만, 부당한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게 문제라는 얘기다.
B사장은 "결국 대형손보사들이 힘없는 정비업체를 상대로 부당한 가격경쟁을 시켜 사정이 점점 더 어려지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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