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잡아라"..여야, 설익은 대책 쏟아내
보수고 진보고 구별 없이 너도나도 '선심성' 정책 남발
2012-02-03 14:26:20 2012-02-03 14:26:20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4.11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20대 표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0.26 재보선에서 2040세대의 위력을 실감한 탓이다.
 
이 때문에 선거만 다가오면 되풀이되던 정책남발은 이번에도 계속되는 눈치다.
 
'새누리'로 당명 개정을 의결한 한나라당은 '88등록금'을 총선용 공약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졸업 후 정부에서 지정하는 중소기업에 입사하기로 약속하면 장학금을 준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전체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88장학금'이라는 설명이지만, 일각에서는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20대를 겨냥한 감성정책이라며 이준석 비대위원 '깜짝' 임명과 유사해 보인다는 의구심 섞인 눈초리다.
 
민주통합당도 청년층 공략에 뛰어든 건 마찬가지다. 당 정책위와 보편적복지특별위원회는 2일 반값등록금과 대학생 주거-일자리복지를 골자로 하는 청년복지정책을 발표했다. 보편적 복지의 첫 아이템이라는 소개다.
 
내용은 300인 이상 사업체에 매년 3%씩 청년고용 의무를 늘려 나가는 할당제, 청년희망기금 조성을 통한 청년자립 지원, 대학생 주거지원을 위한 공공원룸텔 공급, 대학구조 개혁과 지방대 육성 등이다.
 
김용익 보편적복지위원장은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로 청년들이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31만여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추산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다. 그런데 청년고용 할당제는 권고사항인 것으로 전해졌다.
 
슈퍼스타K 방식의 청년 비례대표를 4명 선출하고 1등에게는 최고위원 자리를 주기로 한 것도 젊은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일환이다. 현재 민주통합당 청년 비례대표에는 취업준비생 등 389명이 몰렸다. 면접과 멘토단 심사, 국민경선을 앞두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반값등록금과 기성회비 반환운동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지난달 30일, 자당 대학생 당원들의 모임인 학생위원회와 한대련의 기자회견에 참여해 힘을 실어줬다.
 
이 대표는 "기성회비 10조 전액 환수 가능하다"면서 학생들의 기성회비 반환청구 소송을 돕는 중이다. 전국 국립대들의 호응이 잇따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통합진보당의 청년 비례대표는 민주통합당과는 다른 형태로 추진된다. 경쟁이 아닌 협력을 강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정희 대표는 "대학생 스스로 등록금 문제를 이야기하고, 대학과 정부를 향해 고통 받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해온 평범한 대학생들, 그리고 아르바이트로 고통 받았던 대학생들이 함께 힘을 모아서 만들어 나가는 방향으로 선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일반 사병으로 복무하는 군인들도 염두에 두고 있다. 대체로 월급 수준을 높이겠다는 물질적 방안들로, 보수와 진보의 대책이 유사해 눈길을 끈다.
 
한나라당은 월 10만원 선인 군인 월급을 40만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복무할 때 저축해서 전역 후 등록금에 보태도록 하기 위함이다.
 
민주통합당도 군 복무자에 매달 30만원의 '사회복귀지원금'을 지급해 전역 후 사회에 복귀하는 청년들을 지원할 것이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통합진보당 역시 장병들 월급을 사회의 최저임금제에 맞출 수 있도록 검토 중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쏟아지는 복지공약들은 청년층을 잡기 위한 각 당의 절박함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재원마련에 대한 고민도 없이,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유사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대학생들의 등록금과 관련해 사립학교법 등 근원적 대책은 외면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군인들 월급 인상안도 병영문화 개선 등의 본질에 대한 고민 없이 투표율 100%인 군 특성에 착안, 돈 몇 푼 더 쥐어줘서 표를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공론화가 이루어졌던 군 가산점 부활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쓴 소리와, 20대 초반의 여성에게도 상응하는 액수를 지급하지 않으면 남녀평등에 어긋난다고 일어설 여성부와 협의부터 하라는 비아냥도 부담이다.
 
이러한 행태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선거 국면에 닥쳐서야 총선용으로 청년정책과 공약을 남발한다고 20대가 정치권에 가진 불신이 바뀐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한나라당 김종인 비대위원조차 "집권여당이 (그 동안) 공약 실행을 별로 안했기 때문에 공약을 만드는 게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여야의 청년정책이 '총선용 포퓰리즘'의 경쟁적 남발이라는 차가운 시선을 극복하고 청년층의 표심을 잡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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