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누구나 한번쯤 물건을 사거나 병원에 갔을 때 억울하거나 당황한 적이 있을 것이다. '소비자가 왕이다'라는 말이 통용되는 시대는 끝난 것이다. 눈 뜨고 코 베이지 않으려면 소비자의 권리에 대해 잘 아는 수밖에 없다. 알아야 손해보지 않는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와 사업자간에 발생하는 분쟁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정했다. 분쟁 당사자간에 분쟁해결 방법에 관한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분쟁 해결을 위한 합의나 권고의 기준이 된다. 이에 알기 쉬운 사례와 설명을 통해 소비자들이 기업 등의 사업체에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배낭하나만 둘러매고 해외여행을 꿈꾸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신혼여행의 단꿈과 효도관광 역시 흐믓하고 즐겁기만 하다. 하지만 여행상품의 취소, 변경, 환불을 비롯해 현지에서의 숙박, 교통, 식사 등 문제가 발생하면 해외여행은 즐겁기보다 고역스럽기만 하다.
최근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가 발간한 '여행불편 신고처리 사례집'에 따르면 2010년 접수된 국내외 여행 신고 건수는 총 911건이었다. 그 가운데 해외여행 관련 건수는 844건으로 92.7%의 비율을 차지했다. 내용별로는 계약취소(8.45%), 취소수수료(17.1%), 일정변경 및 누락(12.4%)등 여행 계약과 관련된 사항이 주를 이뤘다.
막상 여행 계약과 관련해 피해를 입어도 마땅히 구제를 청하기는 쉽지 않다. '똑똑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 해외여행시 피해를 당했을 때 대처 방법을 알아본다.
◇ 해외여행 피해.."KATA, 한국소비자원과 상담하세요"
대부분의 해외여행 피해자는 해당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야만 한다. 단순하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여행사와의 합의가 1단계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여행사의 경우, 고객불만 담당 부서가 따로 운영되고 있어, 불만접수 후 처리과정을 통해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금전적 보상까지는 여행사와의 신경전이 불가피하다. 합의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2단계 해결책으로 KATA, 한국소비자원 등을 찾아야 한다.
각 기관은 과거 사례를 검토해 합의권고안을 만들어 여행사와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이렇게 권고된 합의안을 쌍방이 수락하면 합의서를 작성한 후 사건은 종결된다.
#지난해 5월 양 아무개씨는 발리로 신혼여행을 가려고 했지만 신부(중국인)의 비자문제로 신혼여행을 포기했다. 이에대해 여행사는 비자문제까지는 여행사 책임이 아니라며 80만원만 환불한다고 했다. 양 씨는 KATA에 신고했고, KATA는 해당여행사에 신고인 부부의 여행경비 전액을 환불하라고 심의결정했다.
한국관광공사에 신고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관광공사는 금전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KATA로 이송하고, 행정처분이 필요할 경우는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에 이송처리해서 해결방법을 찾는다.
여행사와 여행자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KATA의 여행불편처리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의 분쟁조정위원회가 관련 전문가와 당사자 양측을 참석시켜 결론을 내리게 된다. 위원회의 결정은 법원의 화해 결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 상향된 계약 배상기준.."여행자·여행사 계약 책임의식 높일 것"
#지난해 7월 김 아무개씨는 뉴질랜드 여행상품을 계약하고 경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김씨의 모친이 갑자기 위중해져 여행 출발 20일전 여행사에 취소 통보를 했다. 이에 따라 이씨는 여행사에 여행경비 환급을 요구했으나 여행사는 자체 약관에 따라 취소 수수료 40만 원을 공제한 나머지를 환급하겠다고 했다.
여행자가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경우로는 ▲ 3촌 이내 친족이 사망한 경우 ▲ 질병 등 여행자의 신체에 이상이 발생해 여행 참가가 불가능한 경우 ▲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신체 이상으로 3일 이상 병원(의원)에 입원해 여행 출발 전까지 퇴원이 곤란한 경우 ▲여행업자의 귀책 사유로 계약서 또는 여행일정표(여행설명서)에 기재된 일정대로 여행이 불가능한 경우 ▲ 여행요금의 증액으로 인해 여행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 등이 있다.
김씨의 경우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대상이 되기 때문에 전액 환급을 받을 수 있었다.
한편, 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해외여행의 경우 여행 전에 준비사항이 많아 계약이 취소되는 경우 손실이 큼에도 현행기준상의 보상수준이 너무 적다고 판단하고 배상 기준을 상향했다.
이에 따라 여행자가 출발 20일 전까지 여행사에 계약 해제를 통보하면 그동안 여행사는 계약금을 전액 환불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여행자에게 10%를 배상 책임이 지워진다.
통보일자가 10일 전까지는 이미 지불한 여행요금의 15%, 8일 전까지 20%, 1일 전까지 30%, 당일 50%를 여행자가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귀책 사유가 여행사에 있어 여행사가 계약을 취소할 경우 똑같은 보상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민법상의 거래질서에 맞게 배상기준을 상향 한 것"이라며 "여행자와 여행사 모두 계약에 대한 책임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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